빗 속 우리
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날, 당신과의 추억들을 되짚어 봅니다.
비 오는 날 흙이 신발에 맞닿는 느낌이 불편해 걸음을 재촉하던 나. 그와는 달리, 우산을 쓰고 그 고요한 빗 속 거리를 천천히 느끼던 당신.
발 밑의 그 질퍽한 흙이 비에 씻겨 내려가듯, 마음속 답답함도 빗물에 녹아내린다며 환하게 웃었지요. 마치 비 구름 뒤 숨어있는 태양처럼.
비 내리는 날이면 괜히 같이 걷던 빗 속 거리를 다시 찾아 내 발자국을 조심스레 남겨 그 흔적이 비에 사라지는 걸 바라봅니다.
눌린 듯 묵직하던 내 마음이 그렇게 녹아 당신에게 흘러가겠지요. 당신의 말처럼.
다시금 당신은 내 안에 스며듭니다. 그때의 빗소리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