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점인가?
최근 음식을 먹으면 자주 체하고 고질병인 편두통은 더 깊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
밥벌이를 멈출 수 없으니 약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며칠 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결국 병원을 급히 찾았다.
선생님은 그동안 복용하던 편두통약을 다른 제약회사의 약으로 바꿔 처방해 주셨고, 수액까지 맞으라 주문하셨다. 나는 진료받는 동안 선생님 앞에서 조금 징징거렸다.
.
오래전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걸, 내과 선생님도 잘 알고 계셔선지 고맙게도 위로를 건네신다.
두통의 악화는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며 정신과 상담, 언제 받는지 물으셨다.
순간, 지난 몇 주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문이 닫힌 강의실에서. 그리고 회의실, 학생들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길게 내쉬던 한숨!
잠시 잊었었는데, 선생님의 물음에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공황장애와 편두통. 조금 나아졌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
마치 힘겹게 오르던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또다시 출발선에 선 듯하다.
또 예전엔 맛있는 음식을 보면 “와 맛있겠다~”는 본능이 저절로 생겼었는데
요즘은 그 미감조차 희미하고, 먹으면 체하기 일쑤라 까스명수까지 달고 산다.
.
병은 몸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마음을 끌어당긴다.
아픈 몸이 지친 마음을 만들고, 지친 마음은 다시 몸을 무겁게 한다.
이 악순환 속에서 나는 오늘도 버티고 있다.
.
지금은 다 잃어버린 빈자리 같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길 끝에서 잃어버린 기쁨과 감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또 한 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