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가 좋아 박스가 최고여~
피터의 박스 중독 사건
“박스가 좋아~ 박스가 최고여!”
우리 집 고양이 피터는 택배 아저씨를 거의 산타클로스 급으로 여긴다.
왜냐고?
새로운 박스를 가져다주니까!
새 박스가 집에 도착하는 순간, 피터는 이미 눈빛이 달라진다.
“오늘은 내가 계(開)탔다냥!”~
크든 작든 상관없다.
본체가 들어가든, 얼굴만 들어가든, 꼬리만 들어가든 무조건 안착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는 듯,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나는 가끔 그 모습이 답답해 보여 묻곤 한다.
“피터야! 거기 답답하지 않아?”
하지만 피터는 대답 대신 박스 안에서 도 닦는 고양이처럼 눈만 가늘게 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어릴 적에 작은 이불집,
책상 밑 같은 공간에 틀어박혀 “여긴 나만의 왕국이다!” 하며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 피터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 집이 이미 피터의 왕국이라는 사실~!
온 집안을 자기 놀이터로 쓰면서도 새로운 박스만 오면 꼭 자기 땅 도장 찍듯 들어가는 걸 보면,
이 녀석 분명 욕심쟁이다.
“피터야, 너 진짜 고양이 맞지?
아니면 박스 수집가 아니 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