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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손 May 08. 2024

백내장 수술 생생 후기 (2)

백내장 수술 후, 하루가 지난 다음 안대를 풀었는데... 나의 첫 느낌은 "뭐지? 세상이 이렇게 빛으로 반짝거리는 곳이었나?"라는 경이로움 이였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철쭉꽃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그 꽃의 느낌이 절대 아니었다. 당초 유튜브를 통해 '인공렌즈는 수정체처럼 빛 조리개 역할은 하지 못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양의 빛이 느껴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수술했던 우안을 통해 빛의 양이 폭포수처럼 들어오고 물체들의 또렷함이나 푸른색과 빨간색들의 선명함이 강해지니 모든 풍광들이 마치 디즈니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반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문득, 이십 대 초반에 캠퍼스 내 잔디에 누워 하늘을 느꼈었던 주변 홍단풍의 불꽃처럼 강렬했던 색감이 생각나면서 "어린아이 눈으로 돌아가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세상의 원래 빛을 보는구나" 하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술하지 않은 좌안만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하는 나의 호기심은 바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우안을 찡긋 감고 바라본 세상은, 마치 옅은 회색과 노란색 필터를 합한 안경을 끼고 본 것처럼 우울한 색감으로 가득하였고 사물도 흐릿하여 마치 옛날 흑백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착잡한 마음으로 다시 두 눈을 뜬 순간, 번개처럼 하나의 생각이 지나갔다. "그렇구나, 맑고 깨끗한 눈으로 보았던 어린 시절의 세상과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이미 상처받은 눈으로 보고 있었던 세상은 실제로 다르게 보이는구나. 만약 내가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원래 세상이 빛으로 반짝거리는 곳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겠구나"


수술 후기 소감을 요약하자면, "너무 잘 결정했다. 비록 한쪽 눈은 아직 세상을 어둡게 보고 있지만, 수술했던 눈은 모든 것을 밝게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이다.


수술한 지 3주가 된 현재, 나의 우안은 아직도 회복과정이 진행 중이다. 안내염과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고 가끔 느껴지는 눈의 뻑뻑함을 줄이기 위해 하루 4번씩 안약과 인공눈물을 투약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세안이나 샤워를 못해 느껴지는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어린 시절 보았던 밝은 빛을 다시 보게 된 기쁨'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기골프를 하면서 의기양양했던 친구 녀석들의 코를 다시 납작하게 만들 '승리의 그날'을 생각하면 입가에 흐르는 미소 역시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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