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의 롤모델은 유명스포츠선수도, 기업가도 아닌 저희 아버지입니다.
우선, 이렇게 아버지를 롤모델로 생각하게 된 건, 제 오래된 생각 때문인데,
저는 사람은 태어난 시점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가진 태아로 시작하여, 환경을 타고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믿진 않습니다. 분명히 지금 당장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다른 길로 흘러 들어갈 수 있고, 그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지금 당장 생각하고 계획함으로써, 내일의 나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물론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제 행동의 경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은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저는 유명한 스포츠선수, 기업가, 영웅들보단,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삶을 묵묵하게 일구어 내셨고, 지금도 굳건하신 저희 아버지를 저의 롤모델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유명인사들과 비교하였을 때, 사회적 성취, 여러 가지 능력들만 본다면, 사실 저희 아버지를 롤모델로 설정할 이유는 크게 없습니다
. 그러나, 여태껏 아버지 밑에서 듣고, 보고, 자라며 보았던 것,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반적이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때로는 삶이 권태로워 도박, 술 같은 유흥에 빠져 중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버지는 꿋꿋이 정도의 길을 걸어오시며 저와 누나를 기르시고, 가정을 지키셨습니다.
때로는 굳건히 걸어왔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주변인들의 사건사고로 흔들려 본인도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많으셨을 텐데
아버지는 잠시 흔들리시는 듯하였으나 다시 중심을 잡으셨습니다.
가끔은 삶의 고통에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사방팔방 화를 내고 다니는 것에 응해
맞서 싸우고도 싶으셨을 텐데
아버지는 끝까지 웃음으로 받아치셨습니다.
저의 롤모델은 저희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