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포르투갈-스페인길) 2편
포르투갈에서 스페인까지의 순례길이 끝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뮌헨으로 자유 여행을 가기로
계획이 정해지자 나는 가장 먼저, 내가 실제로 보게 될 곳들 안에 담긴 이야기들,
어떠한 사람들이 살았는지 등이 너무 궁금해졌다.
마침 소설에 관심이 많던 찰나,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에 가기 전에
괴테의 소설 두 권을 도서관에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나를 돌아보면
다년간의 수험 생활로 인해선지
어떤 종류의 욕구건 참아야 한다는 강박,
옳은 길로 걸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옥죄고, 가두고,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이상과는 모순되게
절제된 삶을 살며, 합리적인 일들이라고 믿는 것들을 계획하며 학업에 집중하려 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 극심한 반감을 느꼈었다.
'뭐 그리 대단하시다고'와 같은 생각이었다.
또, 나의 자유를 억압하고 옥죄고 있었기에, 쾌락주의적인 삶을 살 것 같은 사람,
웃음이 많은 사람에게도 반감을 느꼈었다.
'뭐가 그리 재밌니 고민이 없니?'와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기를 택했다
주변 사람이 무슨 상관이냐고,
너 홀로 설 수도 있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내가 저렇게 두 부류의 유형으로 사람들을 저렇게도 쉽게 공장에서 라벨 붙이듯 나누어 버렸던 걸 생각하면 어리석고 고약한 잣대질의 대상이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나에 대한 고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민,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혼재되어 머리가 아파오면 나는 그저 구석에 들어가서 담배를 한 대 태울 수밖에 없었다.
"사르트르도 자기만의 생각을 펼치며 담배를 폈대, '담배를 피움으로써 세계가 내 속으로 흡입될 때 나는 세상을 단지 보고 듣고 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소유하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말이야"라는 둥의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하며 그저 담배를 폈다.
이 정도 주절댔으니 이젠 저때의 나를 몇 가지 키워드로 형상화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독, 방황, 경직, 자학"
분명 춤추듯 하루하루 즐기며 살자고 하고 군에서 나왔었는데...
그러던 와중 여행을 가게 된 계기로 읽어본 괴테의 책에서 충격적인 구절을 읽게 된다.
"어른들도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이 지상을 정처 없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며, 자기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이렇다 할 목적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과자나 흰자작나무 회초리에 지배당하는 실정"
"그저 행복하게 비스킷을 쫓으며 웃는 아이도, 대단한 계획을 늘어놓으며 떠들어 대는 사람들도, 그것을 지켜보며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도, 그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
그 뒤에 나오는 괴테의 포용력과 자유에 대한 생각은 갇힌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줬고 그 뒤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섬세한 감성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정말이지 책 맨 앞부분에 써져 있는 글대로
베르테르의 정신과 성품에는 감탄과 사랑을, 그의 운명에는 눈물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이 책을 읽고 든 감동은 무뎌진 나의 감성을 깨우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또 여행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독일 여행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스페인 순례길도 그 자체를, 그 과정을 완연히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채비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나머지 여행 포스팅에서 이러한 나의 감상들을 조금 더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결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 발전시켜 글을 써볼 생각이다. 내가 한 고민들과, 여행지에서 새로 생긴 고민들,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의 과정들, 그리고 아름답게 승화된 모든 과정들. 내 눈앞에 펼쳐졌었던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풍경들. 그 모든 것들을 이 조약 한 글솜씨로 담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한번 심혈을 기울여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