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포르토-스페인) 4편
우리는 순례길을 실제로 걷기 전엔 본인이 걷기로 결정한 이유를 생각해 내어, 그럴싸한 목표를 설정했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어떤 미래를 꿈꾸는 걸까?” 와 같은 자신에 대해 더 알아 가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고, '정해진 일정 대로의 여행이 아닌, 결 따라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그 나라의 문화에 녹아들어 소통하며 직접 느끼는 여행을 해 보고 싶다. ' 와 같이 여행의 경험 그 자체에 관한 희망사항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짐을 메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자 , 우리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고민들을 해야 하는데..’ ‘무언가 얻어 가야하는데…’ 와 같은 강박들에 눌려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어설픈 여행이 시작되었다.
모래 알갱이들을 손에 쥐려고 할수록, 점점 손가락 사이로 빠르게 흘러내리듯이
어떤 목표를 의식하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빠질수록 부자연스럽고, 미숙하고, 오히려 목표와는 멀어져 가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었던 것 같다.
Nothing fixes a thing so intensely in memory as the wish to forget it
어떤 일을 잊고자 할수록 우리는 그 일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된다.
독일에서 본 이 그림에 담겨있는 글귀도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귀국한 지 2주가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처음에는 여행 사진을 보게 되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잊고 살지 못할까 봐 , 현실과 여행지의 간극에
무력함을 느낄까 봐 일부러 여행사진을 보는 것을 꺼렸었다.
순례길에서 가장 크게 느끼고 앞으로 결심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솔직함'과, '대담함'을 품고 살자.
라는 것이었는데, 귀국한 나는 또 뭐가 그렇게 겁이 났던 건지 참..
막상 사진들을 정리하고, 실컷 추억에 잠겨 웃고, 울고, 그때 했던 생각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니
어떠한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이 다시 기대되고 설레기 시작한다!
그때의 것들이 현재 일상의 나에게 맞춰져 새롭게 수선되어 다시 나에게 온 느낌이다.
어떤 일이든 지레 겁먹고 행하지 않으면 ,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떠한 일의 진척이 없지 않은가!
틀릴까 봐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것, ’ 상대 반응이 어떠할까, 이 것을 보게 되면 더 힘들지 않을까 ‘같은 바보같은 생각들은 정말이지 나를 좀먹고 그 자리에 경직되어 멈춰있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