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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원 Aug 02. 2024

"한국에선 이래서 싫었는데"

산티아고순례길 5편 - 한국은 지옥? 유럽은 천국?


한국에서는 이렇게 편하게 눈치 안 보고 말할 수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말 걸면 이 정도로 친절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는데,

와같은 말을 우리는 여행 내내 유행어처럼 남발하곤 했는데,

  '이건 한국과 유럽의 문화 차이다.'라고 쉽게 생각하고

이곳의 문화에 대해서는 환상에 가득 차 선망 어린 눈을 뜨고 바라보고

겪어왔던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온갖 염증에 찬 투정들을 쏟아 부음으로써

현재 느끼는 행복감과 여행 전 일상에서의 불만들에서의 해방감을 이렇게도 쉽게 단정 짓곤 했다.


그런데


과연 유럽이라고 세상 사는 게 크게 다를까?

물론, ’ 안녕하세요.‘ 와같이 예의 바르지만 다음 할 말에 뜸을 들이게 만들 정도로 긴 호흡의 인사말대신

Hi! 와같이 How are you!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고 쉽게 건넬 수 있는 표현들이 있다. 정도의 차이,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행위들이 아주 자연스럽고 어울린다는 정도의 차이,

등은 있을 수 있다.


또,  사람들의 온정들은 아름다운 경치와 기후를 지닌 축복받은 땅으로 숨을 돌리러온 수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흘린 피와 땀이 양분이 되어 맺어진 열매와 같은 것 들 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여행기간 동안 마치 어렸을 적 숨바꼭질등 놀이에서 ‘깍두기’로 어리다는 이유로 편의를 받았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커다란 세계 안에서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타국에서 순례길을 걸으러 온 여행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과 호의들을 누렸던 것 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그때  천국같이 푸르른 하늘아래서 선물 받은 사람들의 정겨운 마음들이

더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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