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6
온갖 변수와 즐거움은 구글맵 밖에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언제 어디에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밴치, 바, 레스토랑들이 눈에 밟혔다
순례길 초중반정도까지는 그냥 그것들이 우리의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을 매료시키면 곧장 끌리는 대로 , 원하는 만큼 , 이색적인 음식도 즐겨보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어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천천히 걸어도 보곤 했다.
‘그런데,이 길대로만 간다면 서해안길이 반복될 텐데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
하는 걱정의 실타래는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주고받는 대화 한 올 한 올에 더 단단히 내려앉았다.
설상가상으로 점점 도착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그다음 날 출발 시간도 늦어져 뜨거운 햇빛에 몸이 쉽게 지치다 보니 더 이상 풍경들도 예전처럼 눈에 담기지 않았고 포르투갈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에 감사함을 느낄 여력도 남지 않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전보다 빨리 걷기 시작했고 그런 배부른 걱정 따위 할 정신없이 그저 걸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지겨워진 해안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우린 숲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오묘한 일이다. 우리 인생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불안한 시기, 권태로운 시기도 결국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가면 결국 한 권의 잘 짜인 이야기의 한 시나리오로 남아 몇 페이지를 멋들어지게 장식해주지 않는가.
그때 마침 지나가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현지인 남성 셋이 근처에 끝내주는 계곡이 있다고 꼭 가보라고 하며 길까지 알려줘 가며 안내했는데
거짓이 아니었다.
이곳은 구글지도에서는 그저 산길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와 물밑까지 투명하게 보일정도의 맑은 물길은 힘든 여정사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묵은 체증을 싹 가시게 해 줬다.
옷 벗고 물에도 들어가 보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엘리스가 하얀 토끼를 쫓아가듯 온갖 계획과 걱정은 내려두고, 마치 어린아이 처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