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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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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언제 될 수 있는 걸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이 고민은 끝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살만 지나면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고등학생에서, 다시 0살이 되어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았던 대학생이 되기까지. 난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며 어른의 길을 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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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게 될 청소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20살이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교복을 벗어 던지는 순간부터, 매일 입을 옷을 고르고 - 매일 밥 메뉴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사소한 고민으로 보여도, 어쩌면 앞으로의 매일을 결정짓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되는 것이다. 꽃무늬 원피스가 힙한 와이드 팬츠로 바뀌기까지는, 또 많은 시간과 취향이 겹겹이 쌓여야 할테니 말이다. 20살이 된 이후부터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날들이 선택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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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선택들에 정답은 없다. 어울릴 줄 알았지만, 판단 미스였던 바지부터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었던 캉캉 치마까지. 분명 내 삶에 어울리지 않을 단어임을 알았어도 선택한 것들이겠지만, 그걸 알기까지엔 무수히 많은 도전이 필요했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없고, 물론 능숙해도 나오는 것들이 실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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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20살은, 성인이 된 시점부터, 다시 또 어른이 되기 위해 0살부터 시작하게 되는 나이이다. 내가 20살이 되기 위해 달려온 것만 같았던 20년의 시작이. 결국 또 다시 어른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아득한 절망감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을 테지만.
필자는 그랬다. 정말로 이 전공 분야에서 널리 이름을 떨치며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전공 분야를 부딪히고, 다른 분야로의 진로를 설정하기까지. 참 많은 부딪힘과 아득함과 절망을 마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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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춘이란 것이 무릇 그렇듯이, 언제나 절망은 찬란해지고, 부딪힘은 단단하게 만들어줄테고, 아득함에도 끝은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마치 성장할 수 없다는 듯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왜 이리도 많은지. 예측이 가능한 것들부터, 예측할 수 없는 부분까지. 너무도 많은 것들을 우리는 왜 경험해 봐야만 알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은 왜 이리도,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지.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은 사뭇치게도 싫지만, 그 말을 인정하게 되기까지.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지나와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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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내심,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기를 바란다.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배울 것이라고 믿고, 정작 중요한 것들은 알려주지 않은채 방관한다. 여러가지를 배워가며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어른은 “원래 그런거”라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정당화한다. 물론 모든 것을 배울 수도 없겠지만, 그런 상처들마저 원래 그렇다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그렇게 아이들도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