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으로 나는 심장이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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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름이 나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심장이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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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묘한 사랑이 찾아오는 올해.
그 이름 석자만 봐도 내 심장이 아래로 무겁게 떨어져 내려가는 것 같고, 아무 연관도 없는 이 숫자와 물건을 보면 왜 그 사람 생각이 나는 건지. 진짜 신기한 사람인 것 같다.
넓은 강과 바다, 78이라는 숫자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 왜인지는 몰라도 그런게 참 잘 어울리는 사람. 이런걸 보고 짝사랑이라 하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기만 하다. 그 이름만 봐도 심장이 무겁게 떨어지고, 몸이 물 먹은 듯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랑이 맞긴 한건지. 오빠만큼 어려운 내 마음에도 자꾸만 떨어지지 않는 궁금증이 생긴다.
-03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이름이 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만하게 벅차는 감정과 심장을 떨어트릴 수 있는 긴장감을 전할 수 있는 이름이 되고 싶다. 그저 내 이름과 오빠의 이름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두근거리고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이 순간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아무 의미 없던 세 글자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무겁게도 반짝거린다. 이름 한 자 한 자 음절을 반복하며,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랑해와 좋아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아직도 먼 것만 같은 그 이름에, 그저 내 이름 곁에 자연스레도 붙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이 같이 떠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같은 글자 하나 없는 우리의 이름이, 가장 가까이 둘 수 있는 이름이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스스럼없이 당신의 이름을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일기장에 적기에도 부끄러운 그 이름이, 당연하게도 점점 많아져, 어느덧 그 이름을 쓰는 내 손이 익숙해져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04
수두룩한 비극과 한 끝의 희망이 공존하는 우리의 관계에서, 과연 희망이 이기는 날이 올까? 결국 그 많은 비극의 암시는 무시한채, 희망만이 존재한다는 듯이 당연하게 구는 것이 사랑일텐데도. 그렇기에 나는 사랑을 믿을 수가 없다. 나에게 희망은 불확실성에 가깝고, 절망은 현실에 가까운 개념이니까.
다만, 그 사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를 절망에 데려다 놓을 것이라면, 희망조차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
-05
어느날 우연하게 나란한 우리의 이름을 보고 두근거리던 날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평생 모를 것만 같은 이 우연함들이, 나를 이 먼 상상의 나래까지 데려온 것들을. 무심코 건넸을 다정과 웃음에 반한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 잘못이라는 것도. 그 사람은 모를테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끝내고, 원래 있던 곳으로 마음을 돌려 놓아야 할 차례. 방청소를 할 때처럼, 가장 지저분한 것들을 쓰레기 통에 넣고,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 놓기. 박박 닦기. 세탁기 돌리기.
그럼 이제 깨끗해진 방 안 속에,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방에 누구를 초대해도, 부끄럽지 않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