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환 바이칼
시베리아횡단열차 쿠페 칸의 일상이 익숙해져갈 무렵 아침마다 대걸레를 들이대며 퉁명스럽던 여자승무원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북도로 나가 보란다. 당부 섞인 바디랭귀지가 세계 공통어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열차의 관전 포인트는 이르쿠츠크 역 도착 두 시간 전 바이칼호수 난간을 달리는 절묘한 순간을 놓치지 말란다.
승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사진기부터 들이댄다 차창에 다가서자 유빙이 떠도는 코발트빛 호수한 자락이
아스라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스탈린은 일본군의 첩자노릇이 우려된다는 누명을 씌워, 연해주 한인들을 가축용 화물칸에 구겨 실었다. 짐승처럼 끌려가며 속울음 삼키던 이 철길, 생면부지의 땅,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해 추위와 굶주림 질병으로 죽순처럼 잘려나간 주검을 채 여미지도 못하고 달빛을 빌미로 바이칼호수에 내던져야 했던.
얼음 꽃으로 피어난 생목숨들이 까치발로 일어서서
물안개 피어나는 노을 속 부표가 되어 손을 흔들고 있다
창백한 자작나무 숲 사이로 저녁 햇살이 가늘게 떨리고
겨울잠에서 부스스 눈을 뜨는 바이칼은
그렇게
내 가슴속의 염원과 아픔으로 다가왔다.
여름 환바이칼 호수의 풍경
(시작 노트)작품을 쓴 계절은 초봄이며 동영상은 여름방학 무렵 “극동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 참석 때이다. 러시아의 초봄은 우리의 겨울에 가깝다 한겨울을 빼고 계절마다 러시아 테마기행을 하면서 쓴 작품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출발 점인 블라디보스톡역에서 오디세이 대원들을 위한 차량 3칸을 별도로 끝부분에 연결해 준 덕분에 나는 맨 끝 칸 비상 통로에서 3일간을 버티며 생생한 장면들을 여러 개 찍었다. 기자들도 탐내는 절묘한 영상들이다.
바이칼 호수의 아론섬을 떠나던 날 러시아 전승절
기념일과 겹쳐 선착장에서 여군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