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된 드라마의 결말에서 찾은 현실
세상에 없을 듯한 뇌섹남이지만 용두리 슈퍼가게 아들 남주 김수현과
저세상 미모의 재벌가 3세이자 백화점 사장인 여주 김지원의 이야기인 눈물의 여왕은
설정부터 판타지 그 자체였다.
세기의 결혼과 부부의 불화
그 이후에 홍해인의 뇌종양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현실에 맞닿아 있지 않은 설정인가.
그런데 드라마의 주제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왜 결혼하면 사랑을 안 하지?
연애할 때 찐 사랑을 하며 결혼을 했지만
3년 만에 이혼을 간절하게 바라며 상대가 불치병에 걸리자 곧 결혼생활이 끝날 것이라고 안도하는 김수현이라니.
가사전문변호사로서 본 눈물의 여왕은 현실이다.
늘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이혼을 하려는 의뢰인이고
밥먹듯이 하는 일상의 대화가 이혼인 가사전문변호사로서
이 드라마는 콘셉트가 화려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가 현실적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리얼리즘이 드러난다.
백현우와 홍해인이 많은 사건들이 정리가 되는 마지막 회에
홍해인은 둘 사이가 왜 멀어지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고
백현우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렇게 된 건 큰 이유는 아니었을 거야.
마음과 다른 말들을 내뱉고
괜한 자존심 세우다가 멍청한 오해를 만들었겠지.
용기 내서 노크하는 것보다 문 닫고 혼자 방에 들어가서 당신을 미워하는 게 가장 쉬웠을 거야.
근데 이제 안 그래 볼 거야. 그럼 해볼 만하지 않을까?
나도 그랬어
누가 또 당신한테 총을 쏘면 그 앞에 열두 번 다 뛰어들 자신이 있어.
그런데 그런 거 말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지치고 싸우고 실망하는 건 좀 두려웠어.
또 틀어지고 어긋나고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가 없었어.
수많은 부부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세기의 결혼을 한 부부라 할지라도 결혼해서 겪는 과정은 대체로 똑같다.
마음과 다른 말들을 내뱉고
서로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고
용기 내서 용서를 구하거나 고통을 꺼내어 같이 나누기 어려워서
오해들이 쌓인다.
벚꽃 아래 따뜻한 프러포즈가 결말이 아니라
관짝 엔딩이 된 것은 이 판타지 같은 드라마가 부부의 진짜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때문인 듯하다.
부부의 삶은 싸움과 회복, 상처와 보듬음 과정의 연속이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찰나에 드라마의 엔딩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 같은 어려움도 극복하고 지켜낸 부부의 삶의 진짜 엔딩은 사별이겠지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