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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IQUE한변 May 11. 2024

K-보육의 최전선 ‘K-태권도’

이 정도면 세금을 깎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왜 다들 태권도를 다니죠?


11년 차 변호사이면서 13년 차 엄마다.

아이가 둘이 있지만 둘 다 딸인 관계로 태권도장을 보내 보진 않았었다.

여자 아이들도 많이들 다니는 곳이 태권도장이지만 내가 어릴 적에 태권도를 다녀보지 않았던 경험 때문인지 어쩐지 굳이 격투기에 해당하는 운동을 가르칠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을 살뜰하게 돌보아 주신 친정부모님 덕에 보육의 공백이 없었던 이유도 컸던 것 같다.


태권도장의 셔틀버스는 미국에서도 달린다.

남편의 업무로 몇 년간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에 미국에서도 태권도장의 역할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직장은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형태가 많았다. 오전 7시나 8시경 출근을 해서 오후 4시경에 퇴근하여 아이들의 하교를 직접 하는 부모들이 꽤 있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일부 주에서는 아이들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는 부모 없이 집에 있는 것이 불법인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면 대체로 아이들만 집에 두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부모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기 전에 한 시간 정도는 보육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일찍 출근하는 미국 부모들이 그 시간에 태권도장에 아이들을 맡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태권도장에서 등교 전에 아이들을 돌보면서 운동을 시키고 태권도장 셔틀버스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식이었다. 우리가 상상하고 미드에서 많이 보던 직사각형의 노란 학교 스쿨버스 외에는 셔틀버스란 없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미국같이 드넓은 땅에서 셔틀 서비스는 쉽지 않은 운영 방식일 텐데 태권도장 학원의 셔틀버스가 운행이 된다니! 그것도 미국같이 밀집도가 없는 곳에서 그런 서비스가 가능하다니! 무척 놀랐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연결의 마술사 태권도장

한국에 돌아와서 작은 아이를 태권도장이 운영하는 줄넘기 수업을 보내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가 태권도장에 갈 수 있게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픽업해 주고, 학원이 끝나면 다른 학원으로 연결을 해주기도 한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사이, 학원과 학원 사이가 원활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태권도(또는 줄넘기)를 하나 넣음으로써 연결이 스무스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K-보육의 최전선, 이 정도면 세금 깎아줘야 한다고 본다.

그뿐 아니라 주말에 이벤트로 동네 아이들을 도장에 모아놓고 재밌는 게임도 해준다. 아니 주말에 엄마에게 한 시간, 두 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아는가!

주말에 남편한테 애들이랑 어디 다녀오라고 해도 꼭 그렇게 쉬고 싶은 나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데, 나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는 사람이 태권도 사범님일 줄이야!


K보육의 최전선은 태권도 사범님들이 아닌가 싶다.

이번 주말의 두 시간을 쉬었더니 아이들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

진심으로 태권도장은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본다(본인은 태권도장 또는 태권도 업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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