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무거움은 어디로 오는가?
20대 때의 나는 30대가 되는 것이 조금 멋져 보였다.
무언가 안정이 된 직장인일 것 같고 바쁜 도시 여자일 것 같은 환상이 있었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음 스케줄로 발을 옮기고 있는 나의 모습.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맞은 30대의 변호사로서의 삶은 실제로 바쁘고 보람되고 행복했다.
그런데 40대의 모습은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어떤 이미지가 남아 있지 않다.
너무 먼 미래라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나는 40대가 되었다.
법적으로 나이를 줄여줬음에도 불혹이 되었다.
‘불혹(不惑)’은 공자 왈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나이’ 라는데
왜 갈팡질팡을 하지 않는지 알았다.
불혹은 무거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무거움이 어디로 오는가 봤더니
어떤 사람은 몸으로도 오겠지만 나는 피부로 왔다.
정말 거짓말처럼 피부가 중력을 두배로 느끼는 게 아닌가 싶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피부 속의 수분도 내려앉아 어디 갔는지 사라졌고
표면도 하방 압력을 이기지 못해 쳐진 것이다.
부랴 부랴 피부과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왜 그렇게 빌딩마다 피부과가 많은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 목적의 피부 시술들이 생각보다 비싸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는 나 같은 애송이는 가서 눈탱이 맞기 십상일 것 같다.
그래서 아직도 나의 피부로 쓰나미같이 쳐들어 오는 불혹의 무게를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