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제대로 읽기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의뢰인과 상담을 하게 되는데 최근 들어 결혼정보회사 계약 건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봄이 되니 짝을 찾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소위 결정사에 가입한 분이 많은 것 같다. 덕분에 결정사에서 회원의 모집을 어떻게 하는지 회원들의 정보를 어떻게 받고 매치를 하는지, 그들이 환불을 회피하기 위해서 해 놓은 장치가 무엇인지 여실히 확인하게 되었다.
결혼을 위한 만남을 중개하기 위한 업체는 일정 비용을 받고 알선 행위를 한다. 여기서 업체의 이익극대화 행동은 가장 적은 알선 횟수로 가장 많은 비용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해 둔다면 가입자가 계약을 주저할 것이기 때문에 횟수와 비용의 설정이 가입자에게 매력 있게 보이도록 유도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한다.
많은 업체들은 실제로 상담을 하면서 가입자에게 계약서의 고정문구와는 달리 업체에서 '무제한의 매칭'을 해 준다는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서명하는 계약서에는 2회라고 적혀 있을 뿐인데 업체에서는 ‘구두로’ '저희는 회원들에게 무제한의 매칭을 해 드린다'라고 말한다. 이러면 가입자들은 ‘무제한’이라는 횟수를 계약의 내용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서명하는 계약서에는 ‘2회’로 적혀있을 뿐 어디에도 무제한의 만남을 갖게 해 준다고 되어있지 않다.
여기서 굉장히 큰 간극과 오해가 발생한다. 가입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업체에서 설명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많다. 업체는 무제한의 만남을 어떻게 해 드릴 것인지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 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희는 일주일에 2-3 회정보 프로필을 제공하고 그중에서 매치가 되면 한 두 달에 최소 한 번은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희 회원 중에는 지금 격주에 한번 만나는 사람도 있어요.'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버리면 가입자는 ‘아! 업체에서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 무제한의 만남을 해주겠구나!’라는 상상에 빠져버린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업체에서
2회의 문구는 환불규정에만 적용되는 것이거든요. 회비 500만 원에 실제로 만남은 무제한입니다.
라고 하였다고 하자.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 말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2회에 500만 원의 비용을 내고 가입하는 것이 계약의 내용입니다. 2회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만남은 그냥 저희 ‘서비스’이기 때문에 2회를 넘어서 만남을 가진 다음에 회원이 가지는 불만이나 요청에 대해서 저희는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2회를 초과한 후 매칭에 대해서나 업체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족하여 환불을 요청하셔도 환불은 불가한 것입니다.
라는 의미이다. 위 두 설명이 같은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와닿지 않는가.
계약서의 내용에서 가입자에게 중요한 것은 횟수, 비용과 환불규정이다. 이 부분이 정확히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업체 측의 설명이 계약서에 제대로 반영이 되어 있는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하고 계약서는 전혀 다르게 적혀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입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입 후에 생길 수 있는 불만이나 불편 사항을 생각해서 업체가 어떻게 처리하고 환불하도록 규정되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계약서에 특별히 불리한 점은 없는 것인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계약서의 내용과 실제 설명이 다르다면 가입자가 이해한 내용이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서면의 고정문구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할 당시에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되는 것은 손글씨로 작성하고 업체와 가입자가 서명을 하여 계약서에 기재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업체의 현란한 말솜씨에 혼란스럽게 이해한 내용과 실제 서명한 계약서 사이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