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어학병, 갑판병.
출항나감.
토요일까지 연락안됨. (2025.1.7.)
언제 와? ₁
잘 지내지?
목 아픈 건 괜찮니? ₁
아직 안 왔어?
길다. 보고 싶다. ₁
카톡에 짧은 두 줄을 남기고 해군 아들은 출항을 나갔다. 1박 2일이나 2박 3일의 짧은 출항만 겪다가 이렇게 오랜 기간 연락 두절은 처음이다. 출항 나가면 카톡도 전화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아들이 돌아왔을까. 한 번씩 카톡을 남긴다. 벌써 13일째. 작은 1이 지워지지 않는다.
함정 위에서 훈련에 여념이 없을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 마음은 타들어 간다.
파도가 세서 흔들거리는 배 안에서 괜찮을까. 멀미는 하지 않을까. 훈련받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자면 얼마나 힘들까. 딱딱한 육지에서도 힘들텐데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는 얼마나 힘들까. 상상도 안 된다. 차가운 바닷바람 맞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달리는 배 위에서 칠흑 같은 어둠과 맞서야 할 테지. 제때 잠은 잘 수 있고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락이라도 된다면 이렇게 속이 타들어 가지는 않겠지.
건강하게 잘 있다가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한다.
지난해 5월에 해군병 703기로 입대한 아들은 5주 전반기 훈련(기초 군사훈련)과 후반기 훈련(주특기 교육)을 마쳤다. 동기들은 자대 배치를 받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우리 아들은 1주일 더 훈련을 받았다. 어학병으로 지원해 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 남아 어학병으로서 치열하게 군대 영어를 공부하고 시험도 보면서 1주일 추가 훈련을 받았다.
“어릴 때지만, 미국에서 6년 살았는데. 네가 영어 제일 잘하겠다?”
“아니야. 다들 나보다 더 오래 살다 왔고 원어민 수준이야. 내가 제일 못해.”
“아-, 그래? 열심히 해야겠다!”
해군병 703기 중 어학병으로 지원한 ㅇ명이 함정마다 한 명씩 배치될 거라고 하니, 어학병의 책임이 막중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수능 국어 1등급에 빛나는 아들은 매우 좋은 성적으로 추가 훈련을 끝냈다고.
혼자 자대로 찾아가야 한다는데, 차비를 내도 부대에서 차를 보내 주어 매우 감사했다.
어학병 근무면 조금 편하게 군 생활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 함정과 아주 가끔 만나는 거라서 대부분 갑판병으로 보낸다고 한다. 일이 있을 때만 통역이나 번역을 하는 모양이다.
아들은 스마트하고 뭐든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 성실한 타입이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데려가길 원했지만, 아주 편한 직책을 뒤로하고 자기를 가장 인정해 주는 갑판병으로 배정되었다고. 게다가 4개월-6개월 함정 근무 후에 육상 근무가 가능했다는데, 끝까지 배에 남기로 동기들과 약속했다고 한다. 걱정 많은 엄마에게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가끔 하는 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힘듦이 묻어난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아들의 성향을 알기에 난 한마디 한다.
“적당히 중간만 하면 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네가 너무 힘들잖아. 너를 위한 에너지도 3 정도는 남겨둬야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아. 장기전이야. 지칠라.”
“나에게 대충은 없어. 안돼. ”
쇠귀에 경읽기다.
‘그래, 아프지 않고 잘 지낸다면, 네가 동기들과 마음이 잘 맞아 좋다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하다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나도 좋아. 진득하게 잘 기다려 볼 게.’
해군은 육군보다 2개월 길다. 20개월.
이제 8개월 갔다.
12개월 남았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간다.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만 느리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