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말은 진리인가요
아니면
진리인 척하는 선전 문구인가요
슬픔을 마시며 취하는 사람에게서 태어났는데
유전병에 안 걸릴 수가 있나요
나는 종종 목이 짧은 기린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 망명 온 듯한 기분이 들고
가끔 소속을 알고 싶어서 슬그머니
퍼레이드에 끼어들어 가장 잘 추는 댄스팀에서
가장 늦게 들어온 막내인 척을 해보죠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면
좋은 일도 한꺼번에 찾아와야지 공평한 일 아니냐고
아무나 붙잡고 그렇지 않으냐고 왜 다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고 어깨나 으쓱하고 돌아서는지
나만 이렇게 자꾸 세 번이나 묻고 싶은지
토해내고 싶은 날이면 나는 어서 늙고 싶어요
폭삭 늙어서 저 먼 구름이구나 하늘이구나 하고 싶어요
재능이 많으면 신이 질투를 한다는데
질투를 하는 신이면 그게 신인가요
그런 것이 신이면 아무나 다 신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난 나의 애인을 신으로 추앙할래요
애인을 만날 때마다 신과 조우하는 기적을 마주할 수 있겠네요
겨울에는 응달이 짙어지고
어떤 삶에는 응달만 짙어진다면
누군가가 필요 없어서 떨어트린 모방이나 삶이나 어떤 궤적을 주워 입고
그 긴 어둠을 견뎌봐야지
어쩌면 운명을 거스를 수 없어 수용하는
미련이 아닌 의지 같은 시시프스일 수도 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