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욕심은 해가 된다
나는 첫회사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취업 압박감이 있어서 선택을 한 것도 맞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약간의 욕심을 부렸다. 대기업은 개발 직군으로 한 번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높은 학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지원을 할 땐 TO가 많은 직무에 지원을 했다. 하고 싶은 직무보단 회사 네임과 연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대기업 지원할 땐 쳐다보지도 못했던 개발 직군에 지원을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연봉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내가 사는 연고지에 있는 기업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개발 직무에 자신이 없기도 했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하면 조금이라도 안 되는 건 없었기에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회사에 만족하는 부분은 집과의 거리뿐이었다. 몸과 마음이 콩밭에 있다 보니 회사를 다니는 스트레스도 점점 커져만 갔다.
서울로 상경한 친오빠가 갑자기 말도 없이 집에 왔다. 휴가를 내고 온 줄 알았으나 이직에 성공해서 퇴사를 하고 온 것이었다. 남매라면 공감하시겠지만 그렇게 딥한 이야기를 평소에 주고받지 않는다. 따로 사니 더더욱 필요할 때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요즘 서로 나이도 한 살 두 살 먹어가다 보니 속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빠도 첫 직장은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직한 회사는 대기업 계열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빠가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을 들어간 이유가 면접 비용을 아끼려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약 2년간 끊임없이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혼자 공부했다고 한다. 서울로 가면 기회가 많으니 그렇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처음부터 간 이유가 이직을 위해서 갔다는 생각이 나와 똑같아서 소름 돋았다.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처음 들었을 땐 소름 돋았는데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누구나 더 큰 물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오빠는 약 2년 정도를 버텼다. 대견하기도 하면서 나는 그동안 뭘 한 걸까 라는 생각이 오고 갔다. 나는 마음에 짐을 덜려고 집에서 다니기 위한 선택을 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요행을 바란걸 수도 있다. (물론, 내가 금수저였으면 나도 어떻게 서든 서울로 갔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보니 부모님의 도움이 아닌 나의 힘으로 서울로 가고자 했던 마음이 있었다.)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여러모로 깨달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지만 지방에는 기업이 많지 않고 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요즘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자신이 없고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거 같다. '남들이 보기엔 무모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잘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50명 넘게 찾아봤다.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확신이 있었다. 나는 잘할 자신이 없고 리스크를 줄이고자 연고지에 있는 기업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불평불만이 많아져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서울로 갔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어떻게든 버텼을 수도 있다. 집에서 편하게 다니면서 돈을 아끼고 경력도 쌓으려고 했던 나의 욕심이었다. 요행이 맞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걸 다 가질 수 없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잘 이겨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