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모방, 그리고 새로운 파도

인공지능(AI)의 시대, 저작권에 대한 단상

by 이민행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구약성경 전도서 1장에 나오는 말로,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노년기에 남긴 고백이다. 모든 창작의 시작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인 『총.균.쇠』를 보면 유라시아 지역이 문명의 발달을 주도한 이유도 서로가 발명 또는 발견한 것들을 모방하고 성장하여,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인류를 압도하고 지배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화가였던 피카소도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로 창의성의 첫단계로 모방을 역설했다.


이러한 순기능만큼이나 모방의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타인의 창작물을 고스란히 가져와 자신의 것인양 사용하는 것은 보이는 물건을 훔치는 것 만큼, 그 이상의 범죄행위이다. 이러한 역기능을 막기 위해 '저작권'이라는 권리를 공표하고 시행하고 있다. 15세기 인쇄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저작물에 대한 권리의식이 생겨났고, 결국 1710년 영국 앤여왕법이라는 최초의 저작권에 관한 법이 탄생하였다. 이후 창작자의 노고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적인 협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1886년 베른협약과 1952년 세계 저작권 협약을 통해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 유네스코는 매년 4월 23일을 '세계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하여 창작과 지식의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지금까지 인간이 이루어놓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불과 얼마전에 전세계를 열광시킨 챗GPT의 지브리스타일 이미지 변환기능은 모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진속의 나, 지브리 스튜디오, 오픈AI의 지분, 소유권,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창작과 모방, 인간과 AI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인류는 새로운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움직임 역시 분주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허용보다는 규제가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AI 경쟁력이라는 기술 우위의 확보를 위해서 빠른 기준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의 창작물에 대한 명확한 권리와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창작자와 인용자 모두에게 권리와 이익을 분배하는 구체적이고 정밀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여러가지 보완책들을 내놓고 있다. AI가 합법적으로 자료에 접근/요약/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저작권자의 자료가 사용될 때 마다 자동으로 수수료를 받을수 있도록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AI를 이용한 인용자에 대해서도 권리를 보장하고, 창작물에 고유의 식별기술(워터마크나 메타데이터 삽입 등)을 도입하는 것도 활발히 논의중이다.


미래 학자 엘빈 토플러 교수(1928~2016)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개념들을 물결에 비유하였다. 농업을 통한 식량의 문제를 해결한 제1의 물결,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한 제2의 물결,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져온 정보화혁명, 제 3의 물결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제4의 물결일지 모르는 인공지능혁명의 문 앞에 서있다. 누군가는 맞섰고, 누군가는 순응했으며, 누군가는 기회로 삼았다.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바뀌는 시대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에 대한 모방과 창조 사이, 보호와 확산의 어딘가로 인류는 새롭게 나아갈 것이다. 파도에 맞설 것인가, 파도를 넘을 것인가는 우리들의 숙제이다.


'당신은 파도를 멈출 수 없다, 그러나 파도타는 법을 배울 수 는 있다. - 존 카밧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