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76
1. 스타트업 '언케이지드 이노베이션스(Uncaged Innovations)'가 밀과 콩, 옥수수로 가죽을 만들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 '곡물 가죽'의 촉감과 냄새가 진짜 가죽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인데요. 대부분의 인조 가죽이 화석 연료 기반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그 출발부터 다른, 기존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죠.
2. 이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다른 재료로 '가짜 가죽'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을 파트너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한 대에는 적게는 2장, 많게는 14장의 소가죽이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소들이 야외에서 자라다 보니 벌레에 물리거나 철조망에 긁힌 상처 때문에 버려지는 가죽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언케이지드의 소재는 공장에서 만들어져 품질이 완벽하게 균일하죠. 핵심 기술은 수백 가지 식물 성분을 조합해, 진짜 가죽의 콜라겐 섬유 구조를 거의 동일하게 모방해 내는 데 있습니다.
3. 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도 흥미로운데요. 언케이지드는 자사의 곡물 가죽이 진짜 소가죽보다 탄소 발자국을 95%나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가격 경쟁력 또한 뛰어나 대량 주문 시에는 기존 가죽의 절반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진다고 하는데요. 지구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갑까지 지켜주는 똑똑한 소재인 셈입니다. 게다가 소재 전체가 생분해성이라, 폐기할 때조차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4.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자동차 시트가 견뎌야 하는 높은 '내열성'인데요. 다행히 언케이지드는 첫 실험에서 이미 목표치에 근접한 성과를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더 큰 기회가 보이기도 합니다. 꽃 추출물로 가죽에 '향기'를 입히는 기술인데요. 자동차 회사들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명품 핸드백 회사들은 자사 향수 냄새를 가죽에 담을 수 있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5. 사실 가죽 대체재의 역사는 100년도 더 되었지만, 대부분 진짜 가죽의 촉감과 질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가짜'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언케이지드의 곡물 가죽은 이 오랜 한계를 뛰어넘을 첫 주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언케이지드의 곡물 기반 가죽이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면,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면서도 품질까지 뛰어난 '가짜 가죽'이 널리 퍼질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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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아르침볼도, 베르툼누스(Vertumnus),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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