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79
1. 클로드 개발사 엔트로픽이 작가들에게 무단 콘텐츠 훈련의 댓가로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작가들의 승리인 줄 알았습니다. 50만 명의 작가들이 최소 3000달러씩 받을 자격이 생겼고, 미국 저작권법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금이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작가들의 승리가 아닌 빅테크 기업들의 또 다른 승리라고 평가합니다. 앤트로픽이 수백만 권의 책을 불법 복제해서 AI에 공급했다는 게 이번 소송의 배경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AI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되었습니다.
2.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들이 배상금을 받는 이유가 그들의 작품이 AI 훈련에 사용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앤트로픽이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 다운로드했다는 이유로 받은 값비싼 경고일 뿐이에요. 판사는 AI도 기존 작품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훈련되었다고 말했습니다.
3. 이번 판결은 앞으로 수십 건의 AI 저작권 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 같습니다. 메타, 구글, 오픈AI, 미드저니 등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거든요. 결국 AI 기업들은 이제 저작권 있는 작품으로 AI를 훈련시켜도 된다는 법적 근거를 얻은 셈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안 된다는 선을 그은 것이죠. 앤트로픽은 성명에서 안전한 AI 시스템 개발에 계속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AI 훈련에 대한 전면적인 승리를 거둔 거나 다름없어요.
4.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AI 학습에 기사를 무단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신문협회도 하이퍼클로바 X의 뉴스 무단 이용을 문제 삼고 있어요. 한국방송협회는 학습용 데이터 이용에 대한 보상 협의가 필요하다며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의견서를 보냈습니다. 공공 데이터의 AI 학습용 활용을 허가하는 AI 기본법 개정안도 발의를 앞두고 있는데, 저작권 분쟁을 피하면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5. 결국 AI 시대의 저작권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의 작품이 AI 훈련에 사용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게 되었지만, 적어도 합법적인 경로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룰은 만들어진 셈이에요. 앞으로는 AI 기업들이 창작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쓴 글이나 만든 작품이 AI 훈련에 사용된다면, 어떤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2조원짜리 합의가 던진 질문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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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춤(Dance),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