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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aPick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 '15분 룰'

TaPick #080

by 팀어바웃

1.엔씨소프트가 10월부터 도입하는 새 근태 관리 제도가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입력이 15분 이상 없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업무 중단으로 처리하고, 다시 로그인할 때 회의, 화장실, 외근 등 부재 사유를 선택해서 입력해야 하는 방식이에요. 사실 이런 제도가 엔씨소프트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넥슨은 2019년부터, 넷마블도 PC 비가동 15분을 기준으로 비슷한 근무 시간 구분 제도를 운영해왔거든요. 당시에도 효율 관리보다 감시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걸 보면, 이 문제는 게임업계 전반의 고민인 것 같습니다.


2. 업계에서는 이를 초과근로를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지만, 타이밍이 문제입니다.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거든요. 신작 개발은 줄줄이 늦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경쟁력도 흔들리는 마당에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해법이 근무시간 통제라는 점이 직원들을 더 자극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2024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고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이후라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에게 근태 관리 강화까지 더해지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죠.


3. 하지만 회사의 일방적 감시로만 보기엔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의 복지 악용 사례가 심각했다는 폭로들도 나왔거든요. 업무시간에 일 안하고 시간을 때운다거나, 휴가를 더 쓰는 꼼수를 '안 쓰면 바보'가 됐다는 이야기들 말이죠. 물론 이런 증언들을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회사마다 처한 상황과 조직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은 제도라도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천차만별인 거죠.


4. 문제는 이런 제도가 정말 효과적인 해결책인지 의문스럽다는 점입니다. 회의나 외근처럼 PC를 사용하지 않는 업무 시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직원이 매번 사유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어요. 무엇보다 이런 방식이 정확한 기록보다는 직원과 회사 간의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게임 개발처럼 창의성과 몰입이 중요한 업무에서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정확한 기록은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직원들이 신뢰 속에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5. 결국 근태 관리 제도 논란은 한국 게임업계가 직면한 더 큰 문제들의 표면적 증상일 수 있습니다. 경쟁력 약화, 조직 문화의 경직성, 직원과 경영진 간의 신뢰 부족 등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해도 소용없을 거예요. 자율성을 해치면 인재 유출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새겨들을 만합니다. 엔씨소프트의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적어도 이번 논란이 게임업계 전반의 조직 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509091509056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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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 서커스(The Circus), c. 1890-91.

Georges_Seurat,_1891,_Le_Cirque_(The_Circus),_oil_on_canvas,_185_x_152_cm,_Musée_d'Orsa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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