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84
1. 한 달 전, 카카오톡이 친구 목록을 피드형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어제 카카오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업데이트 내용이 발표됐는데,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이미 업데이트한 iOS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으로 롤백할 수 없느냐며 아우성입니다. 계획 발표 당시보다 훨씬 더 격한 반발이 일고 있어요. 15년간 유지해온 전화번호부 형태의 친구 목록이 인스타그램처럼 격자형 피드로 바뀌면서,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이 타임라인 형태로 표시되는 게 핵심 변화입니다.
2. 가장 큰 불만은 원치 않는 사람들의 프로필까지 다 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 사용자는 안 친한 친구나 업무용 연락처의 프로필 변동 내역이 친구 탭 화면을 가득 채워서 피로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집주인, 거래처, 그냥 연락처만 저장해둔 사람들의 사생활까지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더욱 당황스러운 건 피드 중간에 친구 게시글과 동일한 크기로 광고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카카오톡 앱 내 광고 크기가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한 직장인은 친구 목록에 광고 계정이 올라오면서 화면에 광고가 표시되는 비중이 확연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3. 온라인에서는 벌써 대응 방법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 등 온갖 회피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업데이트를 피하려 한다는 건, 이번 개편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걸 미리 예고하는 신호탄 같은 느낌입니다. 서비스 전면 업데이트를 앞두고 사용자들이 회피 방법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정상적인 반응일까 싶어요.
4. 사실 이번 개편에는 다른 변화들도 많습니다. 10월부터는 챗GPT가 카카오톡에 탑재돼서 별도 앱 없이도 채팅 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채팅방 폴더 도입, 메시지 수정 기능, 숏폼 영상 생성 기능 등도 추가되는데, 카카오 측에서는 카카오톡 역사상 없었던 변화라며 사용자 목소리에 주목하면서도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게 아이러니입니다. 쾌적한 환경 제공을 위한 개편이라고 해명했지만, 과연 정말 쾌적한 환경인지는 의문이 들어요.
5. 결국 메신저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도 활발히 쓰는 한국 상황에서 SNS화가 과연 맞는 선택일까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적인 사진까지 보여주고 봐야 하느냐는 사용자들의 항변이 설득력 있게 들려요. 카카오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증대하려는 목적이 분명하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하고 편리한 소통 도구였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카카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정말 필요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말해줄 것 같습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9241628415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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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먼 헌트, 깨어나는 양심(The Awakening Conscience),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