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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aPick

미국의 AI 종사자들이 주말에 2시간만 자는 이유

TaPick #087

by 팀어바웃

1. 앤트로픽의 AI 연구원 조시 배튼은 더 이상 소셜 미디어를 할 시간이 없어요. 요즘 그가 유일하게 도파민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회사 슬랙 채널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대규모 언어 모델 이론 대화뿐입니다. 실리콘밸리 최대 AI 연구소 내부에서는 최고 연구진과 경영진이 주당 80~100시간을 정기적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전쟁에 비유합니다. 20년치 과학적 진보를 2년 만에 단숨에 해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고, AI 시스템의 비범한 발전이 몇 달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2. 가장 혹독한 시기는 모델이나 신제품 개발 작업에 집중하는 때인데요. 일반적인 9-9-6 근무(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를 넘어섭니다. 한 스타트업 임원은 이 근무 형태를 농담 삼아 0-0-2라고 표현했는데, 주말에 2시간 휴식만 취한 채 자정부터 다음 날 자정까지 일한다는 의미예요. 일부 스타트업은 고용 계약서에 주당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최상위 AI 직원들은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과 새로운 모델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스스로 움직이거든요. 경비 관리 스타트업 램프의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를 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레스토랑의 토요일 배달 및 포장 주문이 정오부터 자정까지 급증했는데, 이 데이터에서 많은 것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3.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이유는 연구 성과와 제품 출시 사이의 시간이 압축됐기 때문이에요. 1990년대 후반 닷컴 붐이나 아이폰 출시 당시에는 사용자 채택이 10년 이상 걸렸지만, AI는 불과 몇 년 만에 포춘 500대 기업의 90%가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년 걸리던 연구-제품 출시 간격이 AI 시대에는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로 단축됐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경험 부문 CPO 아파르나 체나프라가다는 관리자로서 직면한 추가 책임을 두 번째 근무라고 부르며,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자체 AI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24/7 근무는 당신이 아닌 AI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에요.


4. 많은 이들이 이런 고된 일상이 지치게 하고 가족, 친구와의 시간을 앗아간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장시간 근무가 자발적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해요. 구글 딥마인드의 한 직원은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시간과의 경쟁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고 합니다. AI 모델이 발전하는 방식과 그 행동을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업무 계획을 잡기가 힘들어요. 이 과정은 공학보다는 진화에 더 가깝습니다. 혹자는 이 경험의 강도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파악했던 현장 테스트 실험실 업무와 비교했어요.


5. 괴짜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습니다. 최고의 AI 연구자들이 그들의 지혜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모습은 고무적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생활 방식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휴가를 가는 사람도 없고, 친구나 취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시간조차 없어요.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오로지 일뿐입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이들의 현재는 역설적이게도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수백만 달러의 부를 축적했지만 새로 얻은 재산을 누릴 시간조차 없다는 고백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희생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8868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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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프 카유보트, 바닥 대패질하는 사람들(The Floor Scrapers),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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