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92
1. 호주가 전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12월 10일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10개 플랫폼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모두 삭제해야 하고, 위반 시 최대 650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호주 정부 조사에서 10-15세 아동의 96%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이 중 70%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됐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이런 극단적 조치의 배경이 됐죠. 심지어 7명 중 1명은 그루밍을 경험했고, 절반 이상이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2.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정부는 플랫폼들에게 '합리적 조치'를 요구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어요. 얼굴 인식? 정부 신분증? 음성 인식?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보고서조차 얼굴 인식 기술이 정작 청소년 연령대에서는 가장 부정확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메타는 벌써 '실수로 차단된' 경우를 대비한 복구 절차를 마련했는데, 이미 구멍이 뚫릴 걸 예상한다는 뜻이겠죠. 650억 원 벌금도 메타가 2시간이면 버는 돈이라니, 과연 억제력이 있을까요?
3. 이 조치가 만들어낼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도 주목해봐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이미 가짜 나이로 새 계정을 만들거나 부모와 공동 계정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VPN 사용도 급증할 전망이고요. 오히려 더 은밀하고 위험한 플랫폼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왓츠앱과 유튜브 키즈는 제외됐고, 최근 미성년자에게 자살을 부추긴 AI 챗봇도 규제 대상이 아니에요. 진짜 위험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을 막은 건 아닐까요?
4. 다만 실험이 주목받는 건 전 세계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유해 콘텐츠 차단 의무화로, 프랑스는 15세 미만 금지와 야간 통금으로, 각국이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율은 40%를 넘고,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도 급증하고 있어요. 하지만 호주처럼 전면 차단이 답일까요? 아니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더 현실적일까요?
6. 이번 호주의 10대 SNS 금지 조치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아이들을 관리해야 할 지'에 대한 근본적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고립시킬 수 있고, 차단하려다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몰 수 있죠. 기술로 해결하려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요. 호주 통신부 장관도 인정했듯 이건 어수선한 시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했고, 호주가 그 첫발을 뗐습니다. 이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도 곧 선택해야 할 겁니다. 막을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https://www.bbc.com/news/articles/cwyp9d3ddq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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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물보라(A Bigger Splash), 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