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창의력
11월 둘째 주말에 김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김천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한때 직장 동료였던 선배가 살고 있는 고장이라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그 도시의 반전 스토리에 깜짝 놀랐다.
24년 10월 26일~ 27일. 양일간,
'김천 김밥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김천과 김밥축제 무슨 연관이 있어서?"
눈이 동그래지며 선배에게 반문했다.
뜬금없을 것 같은
이 조합의 탄생신화는 이랬단다.
김천시의 한 공무원이
'김천' 하면 뭐가 생각나는지?
타 지역 사람들에게 묻자,
“김밥천국(김밥집 상호)의 줄임말? 김.천. ”
한 젊은이가 불쑥 내뱉었고.
엉뚱하고도 신박한 말을
얼른 주워 담아
머릿속으로 공굴리고 굴려서
창의성으로 맛있게 버무려,
'김천 김밥축제'로
세상에 내놓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김밥축제라는 밥상에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김밥 시식, 김밥 경연 대회
김밥 만들기 체험, 김밥과 관련된 퀴즈와 게임,
김밥 속 재료 맞추기, 각종 이벤트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대략 이만 명 정도 참여를 예상했는데
십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난리난리, 시끌벅적, 품절 품절,
김천시가 들썩들썩, 북적북적.
그야말로 대박 축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선배의 얼굴이
'6시 내고향' 리포트처럼 생기가 넘친다.
지방 소멸시대라는 안타까운 현실에
내 고향 소식처럼
반갑고 훈훈했다.
또 하나의 반전소식은
일회용 김밥 접시 대신
동그란 뻥튀기를 활용했단다.
" 뻥튀기 접시 발상!"
" 우와! 창의적이고 재밌다."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환경의식!
플러스
추억의 뻥튀기를 와그작와그작 먹는 감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네! 잡았어! "
박수와 엄지척이 저절로 나왔다.
반짝반짝 창의적인 발상을 한 공무원
그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도 ?
그의 마음에 내 고장을 사랑하는 간절함이
쉼 없이 작동하고 있지 않을까?
고장 사랑의 원동력이
가을 소풍 가듯 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고,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까맣고 동그랗고 길쭉한 김밥을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까르륵까르륵, 하하하 호호호
어깨를 맞댄 수많은 정겨움의 동그라미들...
그날의 모습을 그려 보니
내 마음에도 삶의 온기가 차오른다.
활기를 잃어가던 작고 오래된 도시에
숨을 불어넣은 것처럼
꿈틀꿈틀
생기가 느껴진다.
직지사와 사명대사공원에는
차가운 겨울 초입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김천은 다시 봄이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