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위대한 힘으로.’
마침내 소위 작가의 에세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를 읽었다. 소름이 돋았다.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니 어떻게 부사 하나를 가지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지금까지 내가 아는 문장 속의 부사는 주로 쓸모없는 것들이라 했다. 글 속에 부사가 많으면 글이 늘어지니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고도 했다.
작가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부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부사들을 그녀의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누구인가?’ 수많은 부사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했다. 작가는 말한다. 부사로 글을 쓰는 동안 ‘나’라는 존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결국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브런치스토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 글은 쓰지 못하고 여러 작가의 글을 읽기만 했다. 놀라웠다. 시, 소설, 수필 등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정말 많았다. 과연 내가 이 속에 들어와 같이 글을 쓸 수 있을까? 겁이 났다.
매일 틈만 나면 브런치에 들어와 조용히 글을 읽고 조용히 나갔다. 혹시 누가 나를 알아볼까 봐 두려워 ‘좋아요’도 누르지 못했다.
드디어 브런치 작가로서 내 글을 처음 쓰게 되었을 때, 당당하게 소위 작가를 구독 신청했다. 다른 글들도 모두 읽었다. ‘좋아요.’도 눌렀다. 어느 날, 작가도 나를 구독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내 글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시, 소설, 수필 모든 글을 다 잘 쓰는 작가였다. 그런데 작가는 글을 쓰기 전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한 듯 보였다. 어둠이 눈앞을 가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운 날에는 일단 걸어보라고도 한다.
교사, 수녀 준비생, 편집자, 직업상담사, 다시 공무원 등 긴 방황 끝에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이 ‘글’이라고 했다. 내 느낌도 딱 그랬다. 작가가 거쳤던 모든 직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글을 써야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침내 작가의 글이 종이책이 되어 나왔다. 마치 내 책이 출간된 듯, 내가 작가인 듯 몹시 기뻤다.
책이 나오자마자 브런치 작가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브런치에는 발 빠르게 벌써 책을 읽은 작가들이 리뷰를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먼저 종이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멀리 방콕에 살고 있어 책을 볼 수 없었고 안타까웠다.
다행히 남편이 하고 있던 프로젝트 점검차 한국에 나가게 되었다. 3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방콕에 돌아온 남편이 여행 가방을 열었다. 제일 먼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책을 꺼내 나에게 주며 말했다.
“당신이 그토록 읽고 싶어 하던 소위 작가님 책 여기 있어요. 어떤 책인지 정말 궁금하네. 나도 읽어보고 싶으니, 빨리 읽고 주세요.”
하지만 나는 빨리 읽을 수 없었다. 책에 소개된 부사들을 하나씩 눈으로 읽고 또 소리 내어 읽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책을 넘길 수 있었다. 남편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각자의 삶 속 부사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귀국하는 8월 말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할 예정이다. 그들은 지금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하거나 구입해서 책을 읽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어느 날 우연히 소위 작가를 만났고,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책을 만났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내가 받은 이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같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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