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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리 May 07. 2024

어린이집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보육교직원 시각에서



정말로 모든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보육교직원이 파업을 선언했으면 좋겠다.

단 일주만... 아니 단 하루라도..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어린이집은 점점 더 많은 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간보육, 휴일보육에 언제든지 맞춤형으로 시간제 보육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맞춤형 보육제공으로 아침식사와 저녁식사까지 제공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개인적으로 근무했던 어린이집에서는 저녁식사를 제공하였었다.

8시 30분까지 운영하는 야간보육을 실시하는 어린이집이었는데 영아들이 대부분인 어린이집이고 해서 실제로 어린이집에 그렇게 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은 없었고 저녁을 먹으면 모두 다 금방 집에 가는 어린이집이었다.

직장어린이집이어서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6시에 퇴근을 하고 어린이집에 데리러 오는 시간은 6시 10분 정도면 모두 이루어졌다. 물론.. 종종 야근으로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에 저녁 제공을 강력 주장해서(언제 야근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를 제공했었다.

부모님들은 그래서 조기퇴근이 이루어지는 날에도

어린이집 앞에 카페에 들어가서 대기하면서

기다리더라도 반드시 저녁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에게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으리란 것은 알고 있다.

집에 가서 아이들 씻기고 재우기만 하면 되니까


그 이후에 있던 어린이집도 직장어린이집이었는데

그곳에서도 부모님들이 직장에 꾸준히

저녁식사 제공에 대한 민원을 넣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이 진정 누구를 위한 어린이집인지에 대한 반문이 들었다.

어린이를 위한 집이 아닌 

부모를 위한 집이구나 하는....


아이가 중심이 아닌

부모의 편의를 위해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어린이집임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아침 거르고

어린이집에서 식판에 오전간식, 점심, 오후간식 먹고, 저녁식사까지 하고 가는 것을 상상해 보시길...

성인이라도 싫지 않을까?

내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좋을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랑 함께 해서 과연 좋을까?


동시에 모든 가정에서 받아야 하는 기본습관,

식사예절 등의 교육은 모두 어린이집의 탓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안 먹어도 편식해도

혹은 너무 많이 먹어도 적게 먹어도 어린이집 탓이다.


부모들은 요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주세요.

오전간식은 아침을 안 먹고 가니 조금 일찍 주고

죽을 많이 넣어주세요. 등등.....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최소한으로 재워달라는 요구도 많다.

그 이유는 상상이 가시겠지만

어린이집에서 많이 자서 집에서 늦게 잔다는 이유이다.

그래서 자는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일찍 깨워 달라는 요구도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많이 받아보았다.

집에 가서 씻고 일찍 잤으면 좋겠는데

부모도 피곤한 건 사실이니...

부모와 놀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잠을 안 잔다고 한다.

11시 가까이까지 안 잔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피곤해서 자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면서...

이 요구를 수용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인지

갈등이 많이 되었었다.


결론적으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은 현재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이 중심으로 조금 더 생각하고

설득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된다.

아이는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고

아이를 위해 낮잠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아이도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루에 한 번은 같이 해야 하지 않겠냐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그런데 어린이집만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어린이집의 소중함과 부모의 권리뿐만 아닌 책임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책임이 어린이집에 요구하는 것만은 아닐 테니...

가정에서의 교육과 임무를 다 하면서 어린이집과 협력하는 관계로 아갔으면 좋겠다.


예전에 교사들과 이야기하기를

전쟁이 나도 부모님들은 어린이집에 보낼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식이긴 하지만

부모님들이 양육에서의 힘듦은 감내하기

버거워함이 너무나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관계가 아닌 일방적으로 부모의 요구에 따라 수용해야 하는 어린이집이라면

강제로라도 어린이집의 문을 닫고

그 책임을 온전히 부모가 해 보고

함께 어린이집과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야 할지

부모가 좀 더 주체적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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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글에서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하여 첨언하고자 한다.


아마 내가 현장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글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가 편할라고 이런 말을 한다고 오해받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의 교사들은 사실 싫은 내색 전혀 하지 않고 아이들이 혹시 모를 상처를 받지 않을까 세심하게 챙기고 걱정해 주면서 아이들과 밝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안쓰러운 마음이 종종 드는 사례들이 있긴 하였다.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기운 빠진 얼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부 사례들에 대한 의견이다.


많은 부모들이 퇴근 후에 아이 빨리 보고 싶어서

달려오는 마음이 대부분이고,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마음 아파하는 마음이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정책이 어린이집의 이용시간 늘리기에만 편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다.

일과 육아의 균형을 위해서는 어린이집의 이용시간 만을 늘리는 정책이 아닌 부모의 육아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고, 회사에서는 이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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