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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하뮤

공중화장실 허튼소리

by 하뮤하뮤

화장실은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먹는 것만큼 중요하다. 화장실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요즘에 글쓰기를 완전히 놓아버리다 보니 글 쓰는 어떤 힘 같은 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려서 글쓰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도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다시 글쓰기와 낙서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진~~~ 짜


주제를 화장실로 잡고 내가 화장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청결과 안전, 크기와 효율(회전속도)이었던 것 같다. 일단 청결도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화장실이 더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유저는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하고, 관리도 잘 안되고 문은 삐걱거리고, 휴지는 여기저기 널려있었다(정말 최악). 현재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상당히 깨끗한 편이고 나는 이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또 그렇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한동안 불법카메라이슈로 마음 편하게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여자들은 불법카메라를 피해 볼일을 보기 위해서 온갖 구멍처럼 보이는 곳에 휴지로 막고 빠데를 바르고 스티커를 붙였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공중화장실은 안전한가? 잘 모르겠다.


이번엔 크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우리나라 화장실은 효율이 좋다. 화장실 칸이 일단 많은 편이라 생각한다. 급한 볼일로 화장실을 찾았을 때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화장실 칸이 많으면 그래도 줄이 빨리빨리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공중화장실 효율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 줄도 있다. 연휴의 고속도로나 음악페스티벌에 서있는 간이화장실 같은 경우다. 이상하게도 유독 여자화장실은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특히 음악페스티벌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신이 나 맥주를 잔뜩 마시다 보면 방광이 가득 차게 마련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뒤통수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줄을 보며 다리를 꼬던 날들이 생각이 난다. 금방금방 줄이 사라지는 남자화장실을 쳐다보며 몇 번이나 저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던가.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을 높이려고 칸을 잘게 쪼개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칸은 매우 매우 작아진다. 겨울철 두꺼운 패딩을 입고 화장실 입구로 들어갈 때 몸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들어갈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자. 껴입고 입는 옷이 많으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외투가 버석버석소리를 내며 청결도가 의심되는 화장실 칸막이와 문짝을 문지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만약 기타를 메고 있다면 상황은 더 가관이다. 기타를 멘 몸을 옹송그리고 화장실칸 문을 통과하고나면 옷을 내리고 입을 때마다 역시 또 청결도가 의심되는 칸막이와 문짝을 기타가 문지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화장실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작년 산티아고순례길을 걸을 때 스페인에서 만난 화장실은 거의 내 방만했다. 때로는 한 사람에게 필요한 화장실의 공간이 이 정도나 된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더 줄이 안 줄어들지 라는 생각도 했고 와 이거 우리나라였으면 이 공간을 4개로 쪼갰을 텐데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큰 부피의 겨울옷을 입거나 기타를 메고 화장실을 방문해도 청결도가 의심되는 화장실벽과의 안전거리가 충분히 확보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대부분의 화장실이 휠체어를 타거나 손잡이가 필요한 사람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이라 좋았다.


볼일을 시원하게 보지 못했을 때 하루 종일 기분이 답답하고 초조하다. 나는 어떤 공간을 방문했을 때 화장실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길게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면 더 중요해진다. 기왕이면 화장실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편이 좋고, 남녀 화장실이 분리가 되어 있어야 하며 휴지와 물비누가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건물 밖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나가 일쩜 오 층 올라가야 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화장실이 번듯하게 관리되고 신경 쓴 티가 나면 합격. 그렇지만 여러 상가가 공동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한 가게에서 청결도를 책임지지 않는 확률이 높아 정말 엉망진창일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잠금장치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것도 있고. 특히 비누가 없는 화장실이 있는 공간은 그 화장실을 공유하는 점포마저 신뢰도가 뚝뚝 떨어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어떻게 보면 화장실의 청결과 안전, 효율, 크기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양이도 자기 화장실의 모래가 더러우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에는 이 정도로 화장실 허튼소리를 마치도록 하겠다. 이상. 화장실 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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