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진실이 아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수리기사님
장소 : 대기업 스마트폰 AS센터
수리기사 : **번 고객님~
(고객접근)
기사 : (얼굴 보더니) 한국말 가능하세요? 조금은 할 수 있으세요?
고객 : 네~한국인이에요.
수리기사 : 헛.어읏.넷.넷. 제가 다른 고객님과 착각을...죄송합니다.
고객 : (쿨하게) 괜찮습니다.
나도 착각을 자주 한다. 상대방이 자꾸 이상한 소리 해서 좋은 말로 가르쳐주다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해 버럭 하며 네 맘대로 생각하라고 한 적도 있다. 말 못 알아먹고 딴소리하는 진상이 나였음을 알게 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럴 때는 차라리 기계가 합리적이다. 기계는 이상이 생기면 멈추거나 버벅대며 자신이 무언가 이상해졌음을 알린다. 그런데 사람은 그럴 때 정신이 더 또렷해져 진상력이 강화된다. 이런 현상이 자신이 이상해졌음을 알리는 신호라면 기계는 고칠 수라도 있지 사람은 그럴 수도 없다. 고스란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다 듣고 있어야 한다.
나의 편협한 관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마치 그간의 삶으로 켜켜이 쌓아놓은 지혜인 양 떠들던 날들. 그들의 눈에 내가 얼마나 얄팍하게 비추는 지도 모르고 자아에 거나하게 취해 늘어놓은 개똥보다 못한 철학. 갈수록 나의 확신을 확신할 수 없다. 겸손이란 수줍게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자기 확신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내 확신에 글이라는 메스를 들이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