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이아빠 Apr 24. 2024

육사 5년차 전역한 아버지의 사회적응기

실패, 실패, 그리고 또 실패.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육사에 들어가고, 졸업과 동시에 임관했기에 사회에서 취업의 어려움에 대해 체감하지 못했었다. 사회 경험이 전무했지만, 막연하게 선배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보며,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3년 5월 전역을 결심하고 나서 짧은 기간이지만 노력했고, 나름 스펙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해외영업 직무를 위해 JLPT N1, OPIc IH, 국제무역사 1급을 취득했지만,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여러 대외활동을 경험하며 준비한 수많은 지원자 사이에서, 기업에 나를 어필하여 각인시키는 것엔 실패했다. 그 결과 삼성, 현대, 포스코 등 대기업은 물론 여러 중견기업을 포함하여 지원한 기업 37개 중 발표된 기업 약 20곳에서 서류탈락을 경험하였다.


혹자는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의 궁합, 채용관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옳고 그름의 세계에서 살아온 내게 있어서, 그런 이유로 떨어진다는 현실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어떤 점을 개선해야 좋을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이력서를 쓰는 것 말곤 없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과 거듭되는 실패로 점점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었기에 새로운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 활동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였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감정과 상황을 글로 남김으로써, 전역을 고민하는 간부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구나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를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운 길일 것이다. 그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단순히 연봉만 따질 것이 아니라, 향후 커리어와 발전 가능성, 산업의 유망함 등 고려할 요소가 정말 많다. 그런 모든 기준을 만족하는 회사를 찾기란 정말 힘들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기업에서 나를 채용할지도 미지수이다. 결국, 현실과 타협해 가며 취업 활동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업의 인지도는 포기할 수 없는 고려 요소란 사실이다.


기업의 인지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삼성웰스토리 푸드페스타에 참석한 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땐, 별 다른 생각 없이 대위 ○○○이라고 소개했다. 그 짧은 문장으로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었으며, 군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푸드페스타에서 이곳저곳 구경할 때, 일부 부스에서 어디 회사시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전역한 후라서 백수인 상태였기에 그냥 이직 중이라 밝히기 좀 그렇다고 답변하였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내가 속하게 될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알법한 회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과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회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 나의 직장이 나의 본질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적어도 인지도가 높은 기업에 가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수십 번의 실패를 겪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 그렇게까지 절박하진 않은 것 같다. 고민은 무겁게, 결정은 가볍게 하라는 말처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면 주저 없이 지원하는 자세로 임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육사 5년차 전역한 아버지의 사회 적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