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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게바라 May 01. 2024

홍콩에서 만나는 동물 친구들

귀여운 놈, 이상한 놈, 무서운 놈

외국에 오면 뭐든지 간에 습관적으로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된다. 단 며칠만 다녀와도 경치가 어떻고, 사람들이 어떻고, 가격이 싸네 비싸네, 음식이 짜네, 싱겁네 하는데 가만히 보면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이다. 즉각적이면서 직관적인 이러한 평가는 단순하면서도 남에게 설명하기 쉽다

그중 하나가 홍콩 초기에 느낀 것 중 한국에 비해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홍콩에는 개가 많다. 아침, 저녁 출퇴근시간뿐 아니라 주말에는 주택가는 말할 것도 없고 공원, 해변, 등산로, 심지어 주인과 함께 배 타고 섬에 가는 개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의 종류도 인형같이 귀여운 개에서부터 크고 험악해 보여 슬쩍 비해야 하는 개까지 다양하다. 아니, 집 값이 비싸 집도 작다던데 도무지 어떻게 키우는 걸까 궁금할 정도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원룸이고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인데 젊은 남녀가 커다란 리트리버를 데리고 다닌다. 부촌 동네에 가면 개의 크기도 커지고 때깔이 좋다. 비좁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먹겠다고 앉아 있으면 커다란 개들이 주인과 함께 당당하게 들어와 내 옆, 뒤, 앞을 둘러싼다.

특이한 점은 홍콩의 개들은 매우 얌전하다. 커다란 개들도 대체로 입마개를 하지 않는데 짖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홍콩직원에게 물어보니 왜 홍콩개들은 얌전하냐고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개훈련소에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특히 큰 개일수록 그렇다고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 듯하다.

한인 신문을 보니 홍콩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용이 자녀 1명을 키우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한다. 반려동물 소유자 526명을 대상으로 비용조사를 실시했는데 가구당 평균 1.5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개보다 고양이를  더 선호하여 1위가 고양이를(41%) 2위는 개를(39%), 3위는 개와 고양이를(20%) 함께 키운다고 한다.  

월별 53.4%가 17만원에서 90만원가량 지출하며 16%는 90만원에서 170만원정도라 하는데 한국에 비해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못 봐서 그렇지 고양이도 많은가 보다.

그다음으로 많다고 느낀 것은 홍콩에는 새들이 많다. 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심지에서도 다양한 새소리가 난다. 하루는 리펄스 베이 고급 주택가에 갔는데 새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의 이어폰을 빼고 한동안 골목에 서서 새소리를 감상했다. 어떤 음악보다 마음이 차분해지며 '부자동네는 새소리도 고급지네~'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한 번은 한국의 후배가 놀러 와 같이 산책을 하는데 새소리가 끊임없이 계속 나니까 "저건 녹음한 걸 틀어놓은 거죠?" 하고 묻는다.

어렸을 때는 서울에도 참새, 제비, 까마귀도 많았는데 다 어디 갔나 모르겠다.  

 

다음은 멧돼지에 대해서다. 홍콩은 국토의 3/4이 산이고 도심지랑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자연을 접하기가 쉽다. 우리나라도 산에 멧돼지가 많아 인적이 드문 산길에는 '멧돼지 조심'이란 표지가 있고 간혹 주택가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뉴스도 나오는데 여기 홍콩도 마찬가지다. 산에 올라가다 보면 '야생동물 조심'이라는 표지도 있는데 실제로도 자주 마주친다 한다. 한국 동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은 멧돼지가 깊은 산속에 있는 반면 홍콩은 사람들이 빈번한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그냥 서로 무심히 스쳐 지나가면 된다 한다. 홍콩 멧돼지는 착한가? 내게 멧돼지의 이미지는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들어 박치기를 하는 위험한 동물인데 그냥 스쳐 지나가라고?   

블로그를 찾아보니 실제로 길에서 멧돼지를 만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많다. 근거리에서 찍은 거 보니 더 나도 실제로 만날 수도 있겠다 싶다. 무섭다. 도심지에도 멧돼지가 나타나 문제가 되곤 했다는데 몇 년 전에는 아기 멧돼지가 지하철을 타고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는 웃긴 일화도 있다.  

물론 멧돼지는 산에서만 볼 수 있지만 한국보다는 사람들을 덜 경계하고 사람들 역시 멧돼지를 덜 무서워하는 듯하다. 현지인들은 멧돼지에게 먹이도 주고 껴안고 사진도 찍는 사람이 있다 하니 말이다.

출처: www.localize.com

또 산에 가면 원숭이들을 볼 수 있다. 아예 이름이 원숭이 산이라는 곳도 있다. 한국 동료가 추천을 했는데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도리어 자기 가방까지 뒤져 포도를 훔쳐갔다고 했다.

위험하진 않은가 물어봐도 조심하라는 말만 할 뿐이다. '뭐, 등산객들 사이로 다니면 되겠지' 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 일찍 원숭이 산에 갔다.  

그런데 등산객이 별로 없다.   

수 없지 하며 입구의 원숭이 조각을 사진 찍고 산길을 찾으려 구글맵을 검색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진짜 원숭이가 바로 내 앞에서 나를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표지판 위에 있는 원숭이는 조각인지 진짜인지 한참을 들여다봤다.

내 주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좀 더 걸어가니 원숭이 무리들이 수로 날개벽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몇 안되던 등산객들도 보이지 않았다.

입구부야 그렇다 치지만 만일 산속에서 원숭이 무리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이라도 시켜야 할까?  

심란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다 보니 즐겁지가 않고 불안하기만 해 1시간 남짓 돌아다니다 내려와 맞은편 라이언산이라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원숭이를 또 만났다. 이번에는 아예 길 한가운데를 막고 앉아있다. 눈을 마주쳐도 피해줄 기미가 없다. '굳이 혼자서 이렇게 조마조마하며 갈 필요가 있나? 그래도 사자가 아니니 다행이다' 하며 발길을 되돌렸다.

그날 한국에 있는 아들에게 말해주니 쫄보라고 놀렸다.

마지막으로 이건 쓸까 말까 고민되는데 홍콩 도심지 동물 친구들? 중에는 쥐와 바퀴벌레가 많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는 한국에도 쥐가 있었다. 집 천장에서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가 나면 온 가족이 '낭패다!' 하는 얼굴로 쥐덫을 설치했고 실제로 쥐가 잡히면 아버지는 '완전 더 낭패다!' 하며 사후처리에 애를 먹곤 하셨다.(아버지는 쥐를 정말 무서워하셨다.) 또 골목길 쓰레기통 주변에 죽은 쥐를 보게 되면 침을 탁! 하고 뱉고 깽깽이발로 7바퀴를 돌았다. 안 그러면 재수 없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 도심지에는 쥐가 싹~ 없어졌는데 워낙 어릴 때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도심지에서도 쥐를 볼 수 있다. 나라에서도 쥐를 박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는데 밤에 길을 걷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홍콩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건물사이 좁은 골목이 많은데 어둡고 습할뿐더러 어떤 장소는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이 많다. 하루는 저녁에 마트를 가고 있는데 좁다란 골목에서 쥐 4마리가 휙~ 나왔다가 나를 보고 서둘러 되돌아갔다. 한 마리는 엄마 혹은 아빠고 다른 세 마리는 애기들이었다. 큰길로 나가는 방법에 대해 교육 중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거리에서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은 단골 식당에서 술 한잔하고 나왔는데 맞은편 식당 문에 쥐가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면 아무도 모르겠지?' 하듯 슬로 모션이었다. 그게 더 싫었다. 저 쥐가 내 단골집도 들렸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드니 단골집도 이제 안녕이다.

다음은 바퀴벌레다. 다행히 내 집에 바퀴벌레는 안 나왔는데 홍콩 교민 단톡방에 들어가 보면 바퀴벌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음식물 분리수거가 아직 우리나라처럼 철저하게 되지 않아서 인 듯하다. 나는 길거리의 쓰레기통에서 봤는데 이 역시 행인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 봉투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많이 버리기 때문인 듯. 바퀴벌레는 한국 바퀴벌레의 2~3배 정도 크고 갈색이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데 다행히 날지는 않는 듯하다. 집안에서는 보통 한두 마리 나타나지만 내가 본 야외의 쓰레기통 밑에서는 개체수가 많았다. 물론 모든 쓰레기통에서 그런 건 아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환경미화원들이 열심히 쓰레기통을 비우는데 유독 바퀴벌레가 많은 쓰레기통을 봤을 뿐이었다.

홍콩 교민 단체 대화방이나 한국 직원들 사이에서도 바퀴벌레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모두 바퀴벌레 이야기만 하면 무용담처럼 경험을 이야기한다. 내 방에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홍콩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나아지겠지.  

 

한국과 비교하면 홍콩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이건 저렇고 저건 이렇고, 불편하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하다. 그러니 외국이라 부르겠지.  

내가 느끼기엔 홍콩의 자연은 서울에 비해 확실히 리얼하다. 자연이라 함은 이쁘게 잘 정리된 산길과 가지런한 나무들, 귀여운 동물들이 옹달샘에서 물만 먹는 곳이 아니다. 인간에 의해 정리되고 관리되지 않으면 자연은 인간에게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을 깎고 콘크리트 길을 만들고 동물들과 벌레를 죽이고 몰아낸다. 그리고 그 경계에 어떤 동물은 사람들에게 길들여지고 공존하고 어떤 동물들은 인간에게 아직도 박멸의 대상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나 '원령공주'를 보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홍콩은 우리보다는 좀 더 신경 쓰는 거 같다. 물론 그 조화의 정도도 결국 힘 있는 인간이 정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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