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랍 모쌤의 하루
메인 오피스에서 연락이 온다.
"모쌤, 오늘 5교시 체육시간 커버 좀 해줘요."
으...체육시간 커버 싫은데....
5교시는 대부분의 교사들의 런치시간이라, 6교시가 런치인 나에게 5교시에 7학년 체육이나 5학년런치수퍼바이져를 커버하는 쌤이 되었다. 벌써 학기 시작하고 8번째 커버하는거라,이젠 그리 놀랍지도 않다.
체육쌤이 남기고간 레슨플랜에 옵션1) 킷볼을 하라고 되어있건만, 지난번 킥볼이 별로여서, 이번엔 옵션2)open gym을 선택해본다. "애들아, 하고싶은거 해!"
가을시즌으로 하는 운동 배구는 요즘 학교 아이들사이에서 한창 유행이다. 여학생 둘이 배구공을 갖고 온다. 해나와 제이니. 둘다 5학년 hands-on Math때 가르쳤던 아이들이 같이 하자고 다가온다. "오케이~"
재이니와 해나에게 받은 볼로 열정 백으로 덤볐건만, 아이들이 패스하는 공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이런이런...
재이니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모쌤, 어릴적에 운동 안했죠?"
푸하하하.
그런 재이니에게 나도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공부하느랴 절대 안했지."
푸하하하하. 그러면서 던진 한마디.
"근데 재이니, 나 빨리배워." ㅋ
몸풀고 공에 집중하니 이제 공도 나도 아주 헛나가지 않는다.
모쌤...노장은 죽지 않는다!
라고 말하며 공을 받아치지만, 15분 정도 뛰니 13살 아이들의 에너지는 나와 상대가 되질 않는다. 20분만에 에너지고갈. "I give up."
자포자기로 내가 블리쳐에 앉으니 해나와 재이니가 옆에 따라 앉는다. 숨을 고르고 똘똘한 두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What do you want to do, when you grow up?"
쥬이시부모님중 한분이 corporate lawyer (회사에서 일하는 변호사)라고 알고 있는 재이니는 자신도 변호사가 되고싶다고 대답하는 순간, 해나가 "Cornell! "이라고 대답한다. 잉?
우리집 애들처럼 아시안계 믹스인 똘똘한 해나의 대답이 나는 너무 의외였다. 그래서, 해나에게 다시 묻는다.
"해나, 코넬은 네가 공부하러 가고싶은 곳이지, 절대 너의 결과가 아니야. 열정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해나는 눈이 반짝인다. 이 생뚱맞은 모쌤의 질문을 아이는 상기된 얼굴로 받아들인다.
곰곰히 생각하던 해나는 베이킹이나 쿠킹하는게 좋아, Bergen Academy (뉴져지에서 탑5안에 드는 마그넷 스쿨로 근처 카운티에서 똘똘한 아이들이 많이가고 싶어한다)에 있는 culinary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싶은데, 엔지니어링이나 메디컬 전공과 같은 인기많은 학과가 아니라 이걸 해도 되나 싶어 걱정이라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아, 그래서 코넬 가고 싶어하는구나!
근데......해나 그건 여전히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해나, 코넬도 버겐아카데미도 도구일뿐이야. 코넬 다음에 무얼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적 있어? 해나가 진짜 하고 무엇인지 고민해봐. 학교는 코넬이 될수도 하버드가 있고, 다른길 일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베이킹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수 있을까?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말을 마무리 짓는다.
"많이 생각해봐. 근데,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해나는 환하게 웃으며 제이니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오늘 내가 만든 작은 덴트.
그리고..몇일 후,
다른 쌤에게 제이니네 부모님이 이혼소송중이라는 걸을 알게된다.
잠깐 클래스를 커버할때. 수학문제 푸는 걸 도와주니 고맙다고 나에게 환하게 웃음짓던 제이니 속이 뭉들어지겠구나....나중에 또 말 걸어봐야지....
오지랍 모쌤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