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수학교사가 운영하는 재미있는 영어북클럽
내 직장동료들이 알면 까무라칠 (몇명은 조언을 구하느랴 이미 알고 있지만...)일을 벌리고 말았다. 석달전, 무슨 생각이였는지, 영어북클럽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준비를 시작해 보았다. 북클럽은 가끔 해보았지만 facilitator 로는 한번도 활동해본 적이 없는 내가, 그것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북클럽을 운영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였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진행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우선 하겠다고 선포?를 했으니 준비를 시작해야했다. 15명의 인원으로 영어북클럽 초급반을 진행할 계획이여서 몇가지 목표를 정해보았다.
첫째, 책은 재미 있고,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수 있어야 할것
둘째, 읽는 것에 집중할수 있도록 책을 펼쳤을때 모르는 단어가 한페이지에 3개이하여야 할것.
넷째, 책의 분량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아서 일주일 분량으로 나눌수 있어야 할것
다섯째, young adult 책이지만, 읽은 후 일주일마다 토론할수 있게 심도 있는 내용이어야 할것.
몇일을 고민고민. 어떤 책을 읽을까 고르던 중, 6학년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노란표지의 예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Jason Reynolds의 <Ghost>.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이 너무 감동이라서 바로 선택.
레슨은 아니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더 쉽게 책을 이해할수 있도록 레슨과 비스무리하게 챕터세션마다 슬라이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1시간동안 진행되는 북클럽의 컨텐츠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끌어 낼수 있는 내용인지 궁금했고, 한번도 한국어로 레슨을 진행한 적이 없는 나이기에, 나의 짧은 한국어 실력이 북토크에 방해요소가 될것같아 걱정이 되었다. 고맙게도 몇몇 지인들은 내가 준비한 레슨에 기꺼이 기니피그가 되어 내용을 테스트 할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그렇게 멋모르고 시작한 영어북클럽. 무슨 열정이였는지, 우리는 일주일에 세번 만났다. 북클럽 전 목요일 저녁 8시에 만나 챕터를 함께 미리 읽고, 일요일 저녁 8시에 만나 읽은 책에 대한 북토크를 진행하고, 그리고 다음 수요일 저녁 8시에 만나 이야기 했던 챕터를 다시 읽었다. 시작한 3월은 괜찮았는데, daylight saving 이후로 출근시간이랑 딱 겹치는 바람에 학교로 향한 나의 출근길은 책읽기와 동행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한국은 저녁8시 굉장히 이른?시간이라 그들도 고생하면서 나와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 더 열심을 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많이들 힘들어했다. 수능이후 처음 영어를 접하는 분들, 영어는 익숙치만 소설책을 읽어보지 않는 분들, 영어가 싫지만 어쩔수없이 다시 시작한 분들. 각자의 영어가 힘든 이유는 달랐지만, 영어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열정은 가득했다. 나는 그들에게 모르는 단어가 나올지라도 사전을 찾지말고, 읽는 것에 집중하라고 권유했다. 단어, 문법, 독해가 아닌,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하길 원했다.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북토크때 단순히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인생관을 그리고 삶의 지혜를 나누었다. 물론, 책에서 나오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또한 보너스! 내가 당연시하게 생각한 것들이,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는다는 것들도 있어 새로울때가 많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나누는 10주의 시간들. 그리고, 그렇게 10주...오늘 우리는 마지막 챕터 10 북토크를 진행. 북토크시간은 Kahoot 퀴즈 게임을 끝으로 세션을 마친다. 북클럽에 왠 퀴즈 게임이냐 하겠지만, 나는 내 북클럽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영어책 읽는 것은 재미있고 북클럽에 참석했던 시간들이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길 원하기에 나름 촉박한 시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게임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북클럽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주. 한권의 책을 5번 읽고, 내용을 분석해서, 질문을 만들고, 내 문장이 맞는지 체크하려고 open Ai까지 동원. 더 재미있고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비쥬얼을 넣고, 다시 revise 했던 내가 담은 시간들. 영어북클럽은 더 이상 나는 수학만 가르치는 수학교사가 아닌,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준비해서 가르칠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으로의 관계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내 지식이 너무 작아 더 많이 배워야한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영어도 짧고, 한국말도 짧은 나를 믿고 10주를 함께한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This is just a new beginning. 우리는 쉼없이 새로이 두번째 책에 도전한다. 봄.여름.가을.겨율.. 춘하추동 영어북클럽....나는 이렇게 또 한걸음 더 나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