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건너 띈 채 무표정하게 모니터의 엑셀 데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아침에 꽂힌 음악을 무한 반복 중이다. 밑으로 밑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로데이터를 피벗을 돌려가면서 검증해나간다. 보고서에 들어갈 데이터 분석을 위해.
내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나의 저조한 기분을 알아차릴 테다.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목소리를 업 시켜보지만, 한켠엔, 될 대로 돼라 싶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타인을 신경 쓰는 것조차 피로하다. 심리상담사인 나는, 오늘도 직장인의 삶을 산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는 내 기분의 톤과 일치하는 음악을 듣는다. 같은 슬픈 노래라도 곡마다 풍기는 느낌이 다른데, 나는 내 기분과 노래의 톤이 정확히 맞을 때까지 곡을 찾는다.
감정에도 습관이란 게 있는지, 특정 상황에 느끼는 기분이 반복될 때가 있다. 이렇다 보니, 몇 가지 단골 음악들이 있는데, 이런 음악들은 나에게 있어 힘들 때마다 찾는 점집이나 상담실 같은 거다. 나한테 잘 맞고 나의 괴로움을 만져주는 치유의 장소. 그래서 평상시에는 함부로 듣지 않는다. 그 음악이 주는 기운과 에너지를 아껴두고 싶어서.
늦은 가을과 겨울에 내가 자주 찾는 단골 음악 중 하나는 주걸륜(zhoujielun)이다. 느린 템포의 선율, 튀지 않고 적당히 낮은 목소리, 특유의 웅얼거리는 느낌이, 같이 우울해지기 딱이다. 아름다운 가사는 덤이다.
음악과 내가 같이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 느낌이 나를 안정되게 한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일정 시간 을 보내고 회복된 나는 다시 빠르고 신나는 템포의 음악을 듣거나 재즈를 듣는다. 평상시의 나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우울할 때 우울한 음악을 듣는 게 맞는걸까, 신나는 음악을 들어야 하나?
구글링을 하니 기사가 나온다. (역시, 내가 궁금한 건 다른 사람도 궁금하다!)
https://kormedi.com/1568548/슬플-때-우울한-음악이-도움이-될까/
결론은, 몸이 원하는대로 해주라는 거다.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는 위의 기사 참조)
그나저나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때마다 찾아오는 주기성 업무인데, 어째 갈수록 견디기가 힘들다. 너~어무 재미가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재밌어서 관련 책도 꾸준히 찾아보고 공부하고 했었는데 ㅠ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주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구글 스프레드시트, 대시보드, 코딩, 챗 지피티를 짬뽕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