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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gowords Apr 27. 2024

감정과 음악의 톤, 그리고 튜닝


점심은 건너 띈 채 무표정하게 모니터의 엑셀 데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아침에 꽂힌 음악을 무한 반복 중이다. 밑으로 밑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로데이터를 피벗을 돌려가면서 검증해나간다. 보고서에 들어갈 데이터 분석을 위해. 

내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나의 저조한 기분을 알아차릴 테다.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목소리를 업 시켜보지만, 한켠엔, 될 대로 돼라 싶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타인을 신경 쓰는 것조차 피로하다. 심리상담사인 나는, 오늘도 직장인의 삶을 산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는 내 기분의 톤과 일치하는 음악을 듣는다. 같은 슬픈 노래라도 곡마다 풍기는 느낌이 다른데, 나는 내 기분과 노래의 톤이 정확히 맞을 때까지 곡을 찾는다. 


감정에도 습관이란 게 있는지, 특정 상황에 느끼는 기분이 반복될 때가 있다. 이렇다 보니, 몇 가지 단골 음악들이 있는데, 이런 음악들은 나에게 있어 힘들 때마다 찾는 점집이나 상담실 같은 거다. 나한테 잘 맞고 나의 괴로움을 만져주는 치유의 장소. 그래서 평상시에는 함부로 듣지 않는다. 그 음악이 주는 기운과 에너지를 아껴두고 싶어서. 


늦은 가을과 겨울에 내가 자주 찾는 단골 음악 중 하나는 주걸륜(zhoujielun)이다. 느린 템포의 선율, 튀지 않고 적당히 낮은 목소리, 특유의 웅얼거리는 느낌이, 같이 우울해지기 딱이다. 아름다운 가사는 덤이다. 


11月的蕭邦(11월의 쇼팽), 2005년 11월 발표, 내가 좋아하는 앨범중 하나다.




음악과 내가 같이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 느낌이 나를 안정되게 한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일정 시간 을 보내고 회복된 나는 다시 빠르고 신나는 템포의 음악을 듣거나 재즈를 듣는다. 평상시의 나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우울할 때 우울한 음악을 듣는 게 맞는걸까, 신나는 음악을 들어야 하나? 


구글링을 하니 기사가 나온다. (역시, 내가 궁금한 건 다른 사람도 궁금하다!) 


https://kormedi.com/1568548/슬플-때-우울한-음악이-도움이-될까/


결론은, 몸이 원하는대로 해주라는 거다.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는 위의 기사 참조) 


그나저나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때마다 찾아오는 주기성 업무인데, 어째 갈수록 견디기가 힘들다. 너~어무 재미가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재밌어서 관련 책도 꾸준히 찾아보고 공부하고 했었는데 ㅠ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주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구글 스프레드시트, 대시보드, 코딩, 챗 지피티를 짬뽕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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