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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May 23. 2024

3개월이 노잼이 아니라 꿀잼이야

갓 결혼한 새댁이 부끄러운 듯 담장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그 모습일까?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그레고리 스톡 교수는 <인생묻다>라는 저서에서 생의 의미를 묻는 화두의 하나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에게 4만 달러를 준다면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살아있는 귀뚜라미 한 접시를 먹을 수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전방 사단 강단에서 초빙 강사가 이 질문을 응용하여 병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만일 여러분에게 5천만 원을 준다면 살아있는 귀뚜라미 한 접시를 먹을 수 있겠는가?” 쿨하게도 조용하다. 반응이 전혀 없다. 그러면 “1억 원을 준다면?” 한두 사람 장난삼아 드는 둥 마는 둥 하다 이내 손을 내렸다. “그러면 지금 당장 전역을 시켜준다면?” 이 말이 무섭게 우렁찬 관등성명과 함께 일제히 손이 올라간다.

    

국방부가 제 딴에는 의무복무 기간 중 병사들에게 잃어버린 복무기간이 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턱없이 모자라는 기회비용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기간이면 토익 만점인데, 그 기간이면 공무원 시험 준비 충분한데, 그 기간이면 어학연수 갔다 오는 데…”      


기회가 많은 나라, 잘 사는 나라의 아들에게는 농사만 짓던 우리 세대 아들과 달리 체감 복무기간이 훨씬 더 늘어난다.     



그저께 가족 단톡방에 사단 훈련소의 수류탄 사고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면서, 둘째은근히 공군 입대 경쟁률을 자랑하면서 자기가 들어갈 때는 3:1이 이었는데 지금은 10:1이라 한다. 해병대를 나온 첫째 채상병 사건으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육군 출신인 나도 “오호라, 이제 강군이 되려고 훈련이 빡세졌군!” 한다.     


내가 “왜, 그렇게 경쟁률이 높아”하니 “공군이 타군보다 3개월 복무가 기니까 3개월 동안 5백만 원 더 벌 수 있다”라고 한다. 옳거니, 말년 3개월은 꿀잼이 아닌가? 5백 들고 “배낭여행 떠나?” 저마다 군 생활 동안 밀린 숙제를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현충일을 앞두고 국방부 동우회(국방부 퇴직공무원 모임)에서 송재학 회장, 이두희 부회장, 이균 이사 등 50여 명이 현충원 참배와 더불어 봉사활동을 했다.     


서울 국립현충원 제49묘역, 6‧25사변 때 평창지구에서 전사한 73명이 잠들어 있으며 동우회 회원들은 묘비에 쌓인 흙먼지를 닦고 묘미 앞에 가지런히 태극기를 꽂아드린다.      



아직 서른 살이 더 된 두 아들놈도 여태 어리광을 부리며 아기 짓을 하는데, 하물며 19살 나이에 국가가 전쟁터에 징집하였으니,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며,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은 온갖 피멍이 들어 한숨인들 잦을 리오.     


우리가 트레킹하면서 “오메,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곳이여”를 가는 곳마다 연발하지만, 가는 곳 그곳마다 자신의 키 절반이나 되는 M1 소총을 들고 적의 총탄에 쓰러진 이분들이 없었던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었던가?      

마지막 이름도 모를 산하 진흙 바닥에서 숨을 거둔 이들에게는 무엇이 떠올랐을까? 아들의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던 엄마의 얼굴일까? 갓 결혼한 새댁이 부끄러운 듯 담장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그 모습일까? 아니면 훗날 기적처럼 축복받을 후손들의 조국의 산하인가?     




나는 수많은 젊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이곳 현충원에 올 때마다 반드시 근대사를 함께 한 대통령 묘소도 참배한다. “언제나, 먼저, 감사다” 이곳에 묻힌 모든 분 덕택에 자유대한민국이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과(過)만 있고 공(功)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기적 같은 대한민국이 되었는가?    

 

서울 현충원 장군 1묘역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니 한강은 쉼 없이 바다로 흐르고 그 너머 초고층빌딩이 우뚝 솟아 있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투키디데스는 “과거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 하였으며, 처칠은 “더 길게 되돌아볼수록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라고 한 그 말은 여전히 옳다.     


*사진은 현충원 참배 및 봉사활동 모습(202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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