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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Jun 01. 2024

세란 이익을 앞세워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

자기 백성이 아닌 적에게 행한 것인데 이를 어찌 의로움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아이라도 기세가 등등하면 함부로 대하지 못하지만, 아무리 등치가 산 만큼 큰 어른도 기세가 없으면 어린이한테도 놀림을 받는다.


도대체 어린아이한테 무엇이 숨어 있길래 산만큼 큰 어른을 찔끔거리게 만들고, 또 어른은 무엇이 없길래 어린아이한테도 쩔쩔매는가?



“세(勢)란 이익을 앞세워 저울대의 균형을 제어하는 것이다(勢者, 因利而制權也).” <손자병법> (시계 1-3)


權(권)은 저울추를 말한다. 요즈음 세대는 전자저울로 무게를 달아 얼른 이미지가 떠 오르지 않지만, 예전에 무게를 달려면 눈금이 새겨진 긴 저울대(衡) 끝에 갈고리를 달아 물건을 꿰어 물건이 바닥에서 떨어지도록 한 다음 저울대 위 추를 좌에서 우로 옮기면서 저울대가 수평이 될 때 무게를 측정한다. 균형(均衡)이란 저울대가 수평이 되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는 대통령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선거는 세(勢) 싸움이라 한다. 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 보이지 않은 힘을 얻는 방법은 오직 ‘利(이로움, 이익, 이득)’라고 손자는 말하니 참으로 아찔하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라고 했다. 인간의 사리 판단 기준으로 ‘의(義)’와 ‘이(利)’을 두고, 의로움을 앞세우면 군자가 되어 존중받게 하고, 이로움을 앞세우면 소인이 되어 멸시받게 만들었다.


기원전 632년, 초(楚) 영윤은 5국 연합군을 거느리고 진(晉) 문공이 거느린 3국 연합국과 대치하고 있었다. 성복(城濮)전투다.


진 문공은 구범을 불러 물었다.


“내가 초나라 사람과 전쟁을 하려고 하오. 저들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구범이 답하기를,


“신이 듣건대 예의를 번잡하게 따지는 군자는 충성과 믿음을 싫어하지 않지만, 전쟁에서는 진을 구축하는 사이에 속임과 거짓을 마다하지 않으니 군주께서는 그 속임수를 부리면 될 뿐입니다.”


또, 옹계를 불러 똑같은 질문을 하니,


“숲에 불을 지르고 사냥을 하면 많은 짐승을 잡을 수 있으나 훗날에는 반드시 짐승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속임수로 백성들을 마주하면 한순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나중에는 반드시 없게 될 것입니다.”


전쟁은 끝났다. 성복전투는 구범의 계략으로 대승을 거두었고 초나라가 중원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진 문공은 논공행상에서 구범을 뒤에 두고 옹계를 앞에 두면서 말하기를,


“무릇 구범이 말한 것은 한 때의 권모술수이지만, 옹계의 말은 만대에 걸친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오.”


이 말은 들은 공자는 무릎을 치면서 “문공이 패업을 이루게 된 것은 마땅하구나!” 하였지만, 한비자의 생각은 달랐다.


“문공은 일시적 권모술수와 만대의 이익을 알지 못했고 공자도 이와 같다. 나라가 전쟁에서 이기면 나중도 있지만, 전쟁에서 지면 만대도 없을 뿐 더러 이익은커녕, 비참한 소멸밖에 없다. 또한 구범이 말한 ‘속임수’는 자기 백성이 아닌 적에게 행한 것인데 이를 어찌 의로움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무릇 선거는 총을 들지 않은 설득의 전쟁터이고, 전쟁은 총을 든 리얼 전쟁터이다. 선거는 때마다 반복하지만, 국가의 전쟁은 단 한 번의 승패로 운명을 결정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북한보다도 지켜야 이(利)가 더 많아 세를 만들기에 훨씬 좋은 나라가 되었다.


* 내일은 <손자병법> (시계 1-3) ‘兵者 詭道也’로 이어집니다. 사진은 강화나들기 5번(202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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