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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Jun 05. 2024

이로움을 탐하면 유혹해서 취해라

땅 위 수십 cm 위에서 머리가 멈추도록 덩굴의 길이를 조정한다.

대표님, “후반기 사업전략이 뭐예요?” ‘利而誘之, 亂而取之’입니다. 이로움을 앞세워 유혹한 다음 상대가 어지러워지면 취하면 돼요.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먼저 일이 되게 만들어 놓은 다음 들이밀어야 해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세 가지다. 기계론과 유기론, 목적론이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은 기계적으로 움직여 수학과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복잡한 시스템을 나누고 부수어 단순한 시스템으로 만든 다음 원인이 결과로 되는 긴 사슬을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3인방이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아이작 뉴턴이다.    


 

유기론적 세계관은 "자연은 하나의 유기체로 상호의존된 개체들이 끝없이 연결돼 뭉쳐진 형태이며 개체는 기계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자연을 정복하기보다는 순응하여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양의 사상이며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지푸라기 인형으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는 노자가 대표적이다.     


목적론적 세계관은 "인간을 기계론적 유기론적 수단으로 보지 말고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독일의 칸트로 인간중심 사상이다. 기계론 세계관과 목적론적 세계관이 합쳐져 오늘날의 서양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살고 있다.   


  

남태평양 말레쿨라(Malekula) 남자에게는 ‘나골(naghol)’이라는 전통 의식이 있다.      

통상 20~30미터의 얼기설기 나무로 탑을 만든 다음 그 위에서 칡덩굴을 양 발목에 단단히 묶은 후 거꾸로 뛰어내리는데, 머리가 땅 위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용감함을 증명하여, 통상 땅 위 수십 cm 위에서 멈추도록 덩굴의 길이를 조정한다.     


오우, 섬찟하도록 미친 짓!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이 미친 짓을 수백 년 동안 해 온 이유는 단 하나,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여성은 보기보다 의심이 많아 남자들의 ‘뻥’에 목숨을 걸지 않고 행동으로 증명하기를 요구했고, 순진한 남성은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목숨을 담보로 행동한다.   

   

성 선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화되었는데, 하나는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전쟁이며 서열이 정해진 무리 동물이 여기에 해당하며, 두 번째는 전쟁 대신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려한 몸치장으로 변화다. 공작 수컷의 꼬리는 오직 암컷을 위한 것일 뿐 먹고 사는 데는 전혀 불필요한 기능이다.     


인간은 벌이나 개미처럼 진사회성 동물이라, 이 두 가지 방법을 교묘하게 섞어 행동한다.      


우리가 어떤 세계관에 의지하여 살아가든 <손자병법>의 냉혹한 실천적 전술 “이로움을 앞세워 유혹한 다음 상대가 어지러워지면 취하라.”는 만고의 진리인 듯하다.     



어디 성 선택만 그러할까?      


우리가 잘 산다고 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필요(needs)에 의한 것보다 욕망(wants)에 의한 것을 더 많이 가질 때 잘 산다고 한다. 끊임없이 이로움을 탐하는 유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나, 다시 그 길로 안 돌아갈래”를 선포하지 않는다면, 또 말레쿨라 남자들처럼 미친 듯이 용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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