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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시낭송 )

9월 시낭송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작가님

오늘은 9월 시낭송을 올려드립니다. 작년 라이테 작가님께 올려 드렸던 시낭송을 그대로 올려드립니다. 날짜는 다가오고, 시간은 흐르지만 좀처럼 짬이 나지 않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컬러코드 작가님의 요청 시 초혼은 다음 달에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낭송은 들으신 분도 있을 것이고 처음 듣는 분도 있으므로 새롭게 구독하신 글벗 작가님들을 위해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깊은 밤 환하게 비친 흰 눈 속을 걷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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