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하다.
22년 클라이밍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21년 클라이밍을 시작하곤 매력에 빠져 클라이밍장을 들락날락 했다. 늘 호야와 함께.
그땐 우리는 정말 하나하나 난이도를 높이고 클라이밍 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흉터 진 손이 아물기도 전에 벽에 매달리곤 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클라이밍은 처음이지?' 참고)
내려와서 잠깐의 휴식을 취할 땐 항상 벽에 매달린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내가 할 문제를 저 사람은 어떻게 풀고 있는지, 내가 풀 문제와 겹치진 않는지.
그러다보면 다양한 티셔츠를 많이 본다
나- '저 티셔츠는 뭐에요?'
호야- '저거 ㅇㅇ 클라이밍장 티셔츠인데 이번에 새로 만들었대요.'
나- '아 거기 들어는 봤는데 안 가봤어요.'
호야- '거기 재밌대요. 한번 가봐요 우리'
클라이밍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각 클라이밍장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클라이밍 티셔츠를 판매한다.
그리고 클라이머들은 맘에 드는 티셔츠가 있으면 구매해서 입고 클라이밍을 즐긴다. 개인의 클라이머가 클라이밍장을 홍보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된다. 재밌는 문화다.
우리의 홈 클라이밍장애서도 역시 티셔츠를 팔았다.
나- '우리도 티셔츠 살까요?'
호야- '아 근데.. 제 스타일은 아닌데..'
나- '저도ㅋㅋㅋ'
호야- '우리가 만들어서 입는게 나을 듯ㅋㅋ'
어?
그렇게 우리는 직접 티셔츠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한번 재밌게 해보자' 였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얘기하다보니 생각보다 일이 커지더라.
멋있으면 좋겠고, 위트있는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고.
어쩌다보니 티셔츠만 만들려고 했던게 브랜딩을 만들자가 먼저 되었다.
JYHC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처음에 이름은 우리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브랜드였다.
인스타를 시작하였지만 이름만 정했지. 방향성이 정해지진 않았다.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았기에.
결국 우리는 작은거라도 계속 올리자, 많이해야 눈에 띈다 를 방식으로 삼고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걸 비주얼라이징하여 피드로 올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미약하였고 하면서 이게 우리 톤과 맞을까 싶은 작업물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티셔츠 디자인이 나왔다.
위트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를 담은.
딱 보면 눈치챘으면 좋겠지만 부가 설명을 하자면 실내 볼더링을 할 때 홀드를 보면 다양한 색상과 모양들이 많다. 그러면서 바나나, 망고 등 과일과 비슷한 모양들이 꽤 보인다. 그래서 홀드를 잡는 걸 picked 하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는 이걸 홀드와 과일의 형태 유사성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보자 였다.
생각보다 주변 반응이 괜찮았다. 흥미롭게 인스타에서도 구매 관련하여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린 많은 물량을 제작하기엔 적재 공간도 없었고 자본도 부족하였다..
그래서 커스텀 티셔츠를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하였고 조금씩 판매가 이뤄졌다.
물론 우리가 들어가는 돈은 없었기에 그만큼 우리의 이익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티셔츠를 사람들이 입고 다니고 인스타의 클라이밍 영상에서 우리 티셔츠가 보이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묘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밖에서 타인이 봤을 땐 우리의 첫 티셔츠는 실패였다.
금액적으로 이득도 없었고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티셔츠를 지금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한 티셔츠를 만든다기 보단 회사 생활에 지친 딴 짓을 한다는 재미가 있어서 아닐까 싶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서 결과물을 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봤을 때의 흥미로움.
물론 실제 아이디어 도출이나 작업 때는 가볍지 않다. 서로 언성이 올라가기도 하고, 설득을 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 과정 자체가 즐겁고,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23년도 티셔츠가 궁금한 분들은 이 링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