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성 Jan 31. 2022

베이커리 카페, 무대

무대 쟁이의 시선에서 카페를 바라본다면


연못 위의 무대가 바로 이곳의 메인 스팟이다.


무대


경기 안성에 얼마 전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 무대.

바닥의 연못과 하나의 무대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이미지로

오픈 초기임에도 이미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나는 방문했을 당시 건너 건너의 인연으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고,

일반적인 후기와는 조금 다르게 그날 대화의 내용을 정리해 풀어보고자 한다.


무대에 진심인 배우와 연출가


무대의 1층 공간

10년을 넘게 배우를 했던 대표님과,

무대 연출을 하고 무대 미술을 더 좋아했던 연출가가 디자인한 공간.

로고 디자인에서도 둘의 실루엣을 엿볼 수 있다.


공간을 하나의 무대로 보고, 매일매일의 영업을 공연이라 여기며 접근한 두 사람.

이들에게 이곳 무대는 자신들만의 작은 공연장이다.


들어가는 입구.

대문을 열자마자 나타나는 작은 암전의 구역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의 암전과도 같고,

일반적인 문과 다르게 오른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는 관객이 들어섬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오른쪽 무대로 시선이 향하게 하는 세심한 연출이다.


두 분이 얼마나 무대에 진심인지 살짝 더 들여다보자.


둘은 이곳이 무대이자, 안성의 자연을 그대로 이어온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해서 무대는 1층의 연못이 있는 땅과 2층의 노을 진 산으로 구성되었다.


알아보지 못 할 수도 있는 부분까지 신경을 쓴 카페


무대 내부의 계단을 보면 모래바닥이 1층 계단 옆 출구에서

2층의 창문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외부의 자연과 공간을 잇기 위한 연출.

그렇기에 계단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1층의 무대와 2층을 이어주는 중요한 접점이 되어야 했고

허투루 다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단지 계단의 조명, 조경 때문에 카페 오픈 일정까지 미룰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의 이 공간에 대한 집착과 신경 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계단에 이렇게까지 신경 쓸 수 있을까?

계단은 무대의 수많은 눈치채기 힘든 연출 중 하나의 예.

무대의 주 기둥을 유리로 두른 것도,

연못에 안성의 돌을 가져다 테이블로 만든 것도,

1층과 2층의 테이블의 색이 다른 것도

모두가 의도를 가진 연출이다.


무대의 2층 공간

2층 유리벽의 곡선과 비정형한 초록, 노란색은 능선을 표현한 연출이고,

유리로 둘러싸인 이끼 산은 비봉산을 끌어온 연출.

이끼산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아야 하고, 산으로 보여야 하기에

이끼 사이에 돌 따위를 놓지 않고 산의 곡선을 절묘하게 만들어내야 했다고.


무대의 음향을 군데군데에서 들어보면 사운드가 전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물가에선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낮과 밤에 틀어지는 소리도 다르다.

유행하는 음악을 틀기보다는 자연의 소리로 전체적인 무드를 완성해낸 공간.


돌로 만든 화장실 문고리까지 하나하나 다 적기 어려울 만큼 많은 세심한 부분까지

두 사람의 손길이 닿아 무대는 탄생하였다.

어느 딴따라의 이야기

배우를 하셨던 대표님

무대의 공연장에서 관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에,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젊은이들과 섞여 이 공간을 누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공연장에서와 같은 벅찬 감동을 받았다는 대표님.

그는 천생이 사람을 만족하게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배우이자,

본인의 표현처럼 딴따라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앞에서 대표로 빛나기보단

리더이자 맏형으로 팀을 이끄는 포지션에서

팀원이 먹을 욕을 대신 먹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싶으시다고.


이 무대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각 팀원과 연출가인 와이프분께서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선 그들의 컨디션이 좋아야 함이 당연하기에

자신이 최대한 받쳐주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몇 년 후에도 지금의 팀원이 그대로 곁에 남아있음을 보는 것이

작은 바람이시라는 사람.

무대는 아직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


준비중인 야외 공연장


5월이 되면 루프탑을 선보일 예정인 무대.

살짝 들어본 바로는 바다를 표현한 공간으로 하늘과 직접 마주하는 느낌을 보여줄 예정이란다.

맥주도 판매하실 것이라는데,

노을이 물에 반사된 모습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광경을 떠올려보면

루프탑이 문을 열기를 절로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외부 공연장 또한 준비 중이라는 무대.

가벼운 규모의 공연에서부터 전통적인 사물놀이까지 여러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로 준비 중이니

날씨가 풀리고 봄이 되면 무대는 지금보다 더욱 다채로운 공연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원하는 키즈 공간 또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자리에 만들고 계시고.

안전상 문제로 수유실까지 만들었던 이곳을 노 키즈로 돌릴 수밖에 없었을 때

세 아이의 아버지인 대표님께선 너무나 마음이 편치 않으셨다고 한다.


아직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무대.


무대는 보여줄 것이 아직 더 많다.


카페를 하나의 무대로 바라본

무대 쟁이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공연장.

그럼에도 카페라는 본질을 잃지 않은 모습과

배우와 연출가인 두 부부가 연출해내는 하모니는

하나의 인상적인 공연으로 내게 감동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했다.



생분해가 되는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안성의 베이커리 카페 무대는 단순히 예쁜 대형 카페만을 생각했던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곳이었습니다.

적은 내용 외에도 생분해되는 일회용 빨대와 식기, 리유저블 컵을 사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사장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게 참 행운 아닌 행운이기도 했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와 연출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카페는 이렇구나.

평소 제가 주변 창업하려는 분들께 말해주는 핵심 키워드인

카페 같지 않은 카페가 바로 이런 시각에서 바라볼 때 탄생하는구나 싶었죠.

색다른 시도는 대개 이럴 때에 발생하기 마련이잖아요.

잠시나마 공간 업에 발을 담가본 입장에서

이 두 분이 굉장히 작은 부분에까지 시선을 두신 게 놀라웠어요.

사실 계단 등은 노력 대비 알아주는 사람이 정말 없을 수 있는 부분인데

그걸 밀어붙인다는 게 좀처럼 쉽지가 않잖아요.


무대는 초기 단계의 기획대로 였으면 더 갤러리 같은 모습으로

훨씬 컨셉츄얼한 공간이 될 뻔했었다는데,

개인적으론 지금과 같이 절충을 해 대중적인 모습을 가진 카페로 탄생한 것이

외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해 준 요소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사장님의 톤이 무척 멋졌습니다.

청소해주시는 직원분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나

팀원의 결혼식에 장사를 쉬고서라도 축가를 불러주러 갈 것이라는 이야기 등

정말 멋진 맏형 같은 모습이 엿보였어요.


이미 초 핫플이라 뒤늦게 소개해드리는 느낌이기는 한데

그래도 방문하시는 분들이 요런 뒷(?) 이야기도 한번 보고 들러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봅니다.



주소: 경기 안성시 샛터길 106-12 1,2층

영업시간: 10:00 - 21:00 / 설 연휴 정상 영업 (12:00 - 20:00) / 주차 가능

공식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moodaebakerycafe


베이커리 카페 무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