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작은 유럽 뚜띠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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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카페가 생겼다. 작년 9월부터 한 50번은 더 가지 않았을까? 쿠폰은 사장님이 보관해주신 지가 꽤 됐다. 최근엔 아마 내 매장인 앙끄리네를 제외하면 거의 이곳만 가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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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한남오거리 안쪽 식당과 술집들이 즐비한 거리 한 모퉁이에 커다란 화분들이 눈에 띄는 건물. 유럽 빈티지 감성이 충만한 이 카페는 작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이름은 귀엽게도 뚜띠 한남. 9월의 아침 8시, 첫 손님이라고 한다. 그래도 저때는 인스타그램에 열정이 남아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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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카운터와 주방을 제외하면 네 테이블이 전부인 내부. 작다. 작지만 공들였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한눈에 보기에도 잘 다듬어진 인테리어와 유려한 디자인물 그리고 감성적인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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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카페에 대해 적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미장이 어떻고, 조명이 어떻고, 커튼은 어떻게 달았고... 세심하게 이곳저곳을 살펴보아도 꼼꼼하게도 신경 썼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작은 뚜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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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분께서 운영하는 뚜띠의 시간은 서두름 없이 느리게 흘러간다. 두 분은 이 업에 꽤 오래 종사하셨음에도 음료나 디저트를 내어주실 때마다 매번 세심하게 신경 써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익숙해진 방법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감보다는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가려 함이 아닐까 하고 애정 담긴 필터를 씌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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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음식에서 드러났다. 음료는 무엇을 마셔도 맛이 좋았고, (지금은 잠시 들어간 쁘띠 오렌지는 우리의 최애였다.) 디저트는 하나같이 전문 디저트 샵이 부럽지 않은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뚜띠의 디저트는 모두 먹어보자고,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들떠서 방문하곤 한다. 홀케이크를 세 번이나 맞추기도 했었으니 이 정도면 푹 빠졌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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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시에 분이 따로 계시고, 메뉴 하나가 나오기 전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치는 만큼 뚜띠의 케이크나 디저트는 맛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많이 자극적이지 않은 균형잡힌 맛이 특징적이었다. 가장 처음의 플로랑땡부터 파운드, 비스코티에 청포도 케이크, 밤 베린, 최근의 두 딸기 케이크와 피스타치오 케이크 심지어 잠시 보였던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발렌타인 포레누아까지,우리는 전 메뉴를 다 먹어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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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 방문하면서, 이곳을 지켜보면서 사장님들이 손님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같은 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친절함은 당연했고, 내게 네 자리만 있는 카페에서 만석에 한 시간을 넘게 계시는 손님의 음료가 떨어진 모습을 보고 ‘먼저’ 물을 가져다주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는 말이 쉽게 나왔을까? 마감 시간이 지나서까지 머무는 손님께 더 머무르셔도 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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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뚜띠엔 유독 단골이 많다. 우리가 갈 때마다 마주치는 얼굴도 적지 않다. 예전엔 사업하려면 사람이 강조되어선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도 손님과 거리를 두는 매장을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태생이 그런 성격이 못 되었나 보다. 나는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매장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 조금 더 취향이었다.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은 항상 일치하는 법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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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뚜띠에 들렀을 때 나는 이렇게까지 자주 가게 될 거라고 예상했었을까? 내가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별개로 나와 항상 함께하는 이 또한 뚜띠를 마음에 들어 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그래서 우리는 어디를 가더라도 시작 또는 마무리로 뚜띠를 선택하곤 한다. 물론 위치가 우리의 딱 중간이자 가깝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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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카페의 단골이 되는 기분이 이렇구나. 나는 몇 년을 수많은 카페를 다니며 사진을 찍어왔는데, 정작 ‘나 여기 단골이야’라고 소개할만한 카페가 몇이 없다. 그리고 내가 단골이 된 카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작은 이 6평 카페 뚜띠였다.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24길 27 1층
인스타그램: @tutti_hannam
영업시간: 평일 09:00 ~ 21:00 / 토, 공휴일 10:00 ~ 20:00 / 일요일 휴무
주차 불가, 반려동물 가능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써봅니다.
사실 그간 매장을 준비하고 운영하느라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인스타그램도 브런치도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면 당연히 저의 매장인 앙끄리네를 먼저 올렸어야 함이 맞을 테고
지금도 어떻게 적어내야 할까를 계속 생각 중인데
좀처럼 제 매장을 직접 홍보(?)한다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자꾸 잘 쓰고 이것저것 다 적고 싶은 욕심이 들어 그런가 봅니다.
한남동의 이 작은 카페 뚜띠는
작년 9월 오픈 첫 손님으로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불과 어제도) 계속 들르고 있는 카페입니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었던 걸까요?
길게 글을 적긴 했지만, 저 안에도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저의 앙끄리네에서 10분 거리라 가깝기도 해서
매장을 준비하면서도, 문을 열고 나서도 계속 다니다 보니
사장님들과도 부쩍 친해졌지요.
알고나니 더 좋은 분들이셨고,
손님들에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들어보면 참 존경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크기도 크고 손님들과 대화 없이 쿨하게 돌아가는 그런 매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돌아보면 좋아하고 자주 가는 카페는 항상 작은 곳이었죠.
제 매장도 작은 공간이고 저마저도 정작 손님들이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조마조마 신경 쓰며 행동하곤 하네요.
맛있다는 말 한마디가 아직도 그렇게 좋습니다.
뚜띠에는 저 말고도 단골손님이 참 많아요.
한남동의 특성상 강아지 산책을 나오시는 분들이 많아 강아지도 많이 볼 수 있고요.
매장이 워낙 작아 단골손님분들만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볼 때면
괜히 내적 친밀감도 들고 그러네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음은
때로는 슬프기도 때로는 재미나기도 합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할 지 계속 고민입니다.
그저 흐름에 맡기는 게 맞는 건지 많은 생각 속에 사는 요즘이네요.
좋아하는 뚜띠 사진을 더 올리면서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브런치는 사진을 가득 올릴 수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그간 시렸던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피어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