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의 심리 현상, 또는 수면 시 일련의 영상, 소리, 생각, 감정 등을 말하는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평소 꿈을 자주 꾸는 편이고 기억도 잘 난다. 영화 필름처럼 뇌리에 찍혀 또렷하게 남아있는 장면도 많이 있다.
꿈속에서 표현된 메타포가 기묘하게 느껴져 아침에 일어나 내용을 되뇌며 글로 남겨 놓곤 했다. 꿈속에서 나타난 일이 우연히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예지몽도 있었고,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 회상몽은 늘 생뚱맞기 그지없었다.
중학생 때 영어를 공부하다 잠이 들 때면 꿈속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가 있었다. 문법에 맞는 문장을 구사하고자 노력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이때 뇌 활동이 깨어 있을 때와 거의 유사하여 아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상태를 Rapid eye movement(REM) 렘수면이라고 한다. 이는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 때문에 이름 붙여졌고 이때 근육이 마비되어 꿈의 내용대로 뇌가 활성화되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꿈을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 작용으로 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꿈 영화의 신비를 풀어줄 열쇠가 되지는 못했다.
꿈 장르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었다. 이가 우수수 빠지는 꿈, “날아라.”를 외치며 하늘을 날다 신발이 벗겨져 땅으로 떨어지려는 꿈, 푸른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꿈, 눈부신 조명으로 빛나는 스타디움 위로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는 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요리를 신나게 먹는 꿈, 돌아가신 아버지가 장군복을 입은 채 크고 굵은 막대기를 짚고 하얀 쌀 무덤 옆에 서 있는 꿈 등 그리라면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허브 향 가득한 언덕 위에서 샌드보딩 하듯 빠른 속도로 내려오며 꽃향기를 맡는 꿈은 꾸는 내내 행복감 그 자체였다. 꿈을 꾼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어떻게 이런 꿈을 꾸고 있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햇살 가득 맑은 날 시냇가에 앉아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데이트를 하다 손을 잡으려는 순간, 학교 가라고 깨우는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던지 이어서 꿀 수만 있다면 다시 자고 싶었다.
꿈들을 저장해 놓은 내 안의 작은 방, 팬트리 하나가 있다. 그곳에 색색의 꿈들을 곱게 말려 두었다. 행복한 맛, 슬픈 맛, 황당하고 엽기적인 맛, 언제든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는 꿈 말랭이들로 가득하다. 꿈을 말릴 때는 순풍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실링 팬을 사용한다. 그 팬에 이름도 붙여주었다. 이름하여 긍정 팬! '긍정 긍정'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긍정으로 코팅된 꿈을 먹으며 나는 계속 성장해갈 수 있을까?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아무튼 꿈이 있는 삶을 향해 오늘도 쿨(COOL) 쿨(COOL)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