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지역청년이 아닌 극소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정책
여러분은 지자체가 자신의 세금으로 자신의 지역을 스스로 죽이는 정책을 들어보았는가?
놀랍게도 한국에는 그런 정책이 있고 오히려 이걸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향토학사 정책이다.
전국에 있는 상당수 지자체들은 서울에다가 향토학사라는 것을 만들었다.
향토학사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지역출신 학생들을 위해 지자체 세금으로 그 땅값 비싼 서울에다가 기숙사를 만들어 학생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업에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경기, 강원, 전남, 전북, 충북, 경남 등등 광역지자체 단위를 비롯해 각 지방의 시군 단위 기초 지자체들의 학사들도 서울에 가득하다.
얼핏 들어보면 아주 좋은 정책 같다. 물론 실제로도 입신양명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서울의 살인적인 집값과 생활비를 고려하면 아주 좋은 정책이고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일 것이다.
실제로도 지자체장들이 방문하기도 하며 지방여론이 독려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운영하고 세우는 재원은 지방 시민들의 '세금'이라는 점이다.
지방 시민 '세금'을 이런 좋은 일에 사용하는데 뭐가 문제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약간 깊게 생각해 보자 서울권 대학으로 보낸 학생들이 지역에 얼마나 돌아올까?
막말로 서울에서 대학 공부하고 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생활하면 과연 이것이 지방에 도움이 얼마나 될까?
실제 학생 입장이 아니라 지방 활력 측면에서는 거액의 세금을 들이고도 결국 귀중한 인재를 서울에 또 헌납한 꼴이 된다.
실제로 이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지난 2021년 이투데이가 한국노동연구원 22차(2018년) 노동패널 횡단면 자료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서울 밖 지역(고교 기준)의 출신의 거주지가 현재(이투데이 기사기준) 자신의 출신 지역인 비율이 37.4%에 그쳤다.
게다가 서울 외의 수도권 지역 즉 인천, 경기를 포함한 수치라 이를 빼면 실질적으로 지방의 서울권 대학 졸업자들의 출신 지역 정주 비율은 훨씬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자신의 출신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경우 68.2%가 그 지역에 남았다. 이 수치만 보면 어디에 지방 세금을 투자해야 될지 자명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지방에서는 항상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대 투자를 요청하면서 정작 지자체에서는 지방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에다가 학사를 만들 궁리를 한다. 이게 진정 옳은가?
향토학사를 만드는 이유를 대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두리뭉실한 '애향심'과 나중에 이 학생들이 '출세'를 하면 지역에 은근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면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의 애향심을 만들게 하는 것은 좋은데 이것이 정녕 지방 시민의 세금을 막대하게 퍼부을 만큼 이득이 되는 것일까?
정작 지방에서는 당장 지방대학 쇠락으로 지역 상권과 경제가 붕괴하고 있고,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 사립대들은 존립에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인재가 없다고 또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지역 출신 서울권 명문대 학생들이 출세를 해 정재계의 백마 탄(?) 왕자님으로 등극하면 지역에 큰 도움이 될까?
지금 지방이 고향이고 서울권 대학을 나온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지금 이들 지방이 발전이 제대로 되는가? 오히려 이들이 권력을 잡고 나서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를 넘었다.
(다 까놓고 말해서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수도권 외에 지방에서 충청도, 강원권과 PK 아주 일부지역을 빼면 대부분 지방이 '지역 내 유력정당 공천=당선'인데 제대로 신경을 쓰겠는가...)
특히 본인은 지금도 지방에서 지역의 국가거점국립대학(부산대/경북대/전남대/충남대/충북대/전북대/강원대/경상국립대/제주대) 즉 소위 지거국이라는 학벌 카르텔이 어느 정도 지역 내에서 작동하는 면도 결국 서울권 대학으로 간 출향 학생 상당수가 지역으로 복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즉 호랑이가 없는 곳에는 늑대가 왕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거국 투자를 하지 말자의 논지가 아니라 그만큼 서울권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해석해 주길 바란다...)
물론 본인은 개인적으로 지역 출신 학생이 뛰어난 실력을 거둬 서울권 명문대 가는 것은 개인과 가족의 영광이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지방 시민의 세금으로 쓰는 건 다른 문제다. 물론 이러한 지원을 출신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이나 서울특별시 차원으로 도와주는 건 당연히 말리지 않고 오히려 환영한다.
하지만 지방소멸이 다가온 지금의 향토학사 정책은 지역소멸을 앞당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막대한 제원으로 지방에 그나마 우수한 학생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당장의 지역 경제는 물론 지역 미래를 고려할 때 더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