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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배 Dec 03. 2021

전기차를 만드는 일

기술개발의 낮은 진입 장벽, 그러나 제조는 높은 장벽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트럭을 만드는 리비안


리비안의 시가총액은 약 1천150억 달러로 포드나 GM보다 많다. 

지난 9월부터 본격 양산이 시작된 R1T는 최고출력 800마력,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3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5km(314마일)의 성능을 갖췄다.

4개의 모터가 최고의 성능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 그리고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도 수준급으로 보인다.

주행 성능도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유능하며 견고하면서도 오프로드에 중점을 두고 있고, 한 가지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보이지는 않지만 다방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리비안 픽업트럭 전기차 R1Tⓒ리비안


자동차 판매 실적 없이 12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존 완성차 기업을 앞서가는 스타트업이다.

세계 최초로 픽업트럭 전기차를 생산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으로부터 투자받았다는 점이 높은 주가를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낮은 진입장벽, 전기차 개발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내연기관차의 핵심은 엔진이다. 엔진은 100년 넘게 자동차 산업을 견인해 왔지만, 완성차 업체들도 엔진 기술을 버리고 앞다퉈 전동화를 선언하고 있다. 엔진을 직접 만드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고 그만큼 개발 난이도 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 


일본 스즈키가 한때 인도 시장 저가형 모델의 원가구조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인도 생산 현지 전략형 소형차 스즈키 마루티의 전체 가격 중 △엔진과 변속기는 28.2% △차체(새시) 9.5% △물류 5.1% △딜러마진 4% △보증수리비 1.8% 등이 자리를 차지한다. 항목에 따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포함된다. 


완성차 메이커의 일반적인 매출원가비율은 80% 안팎이다. 2017년 1분기 기준 현대차의 이 비율은 83.7%, 기아차는 82.1% 수준이다. 현대차의 아반떼 6세대를 개발하는 들어간 비용은 5천억 원, 개발 기간 60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어떨까?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e-GMP 플랫폼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선도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입니다. E-GMP는 배터리, 모터 및 전력 전기 시스템을 포함한 차량의 새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확장 가능한 휠베이스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차량을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화 및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입니다.

또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드라이빙 경험이 가능하도록 전기차의 퍼포먼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했습니다.

E-GMP는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 더 많은 이유를 말해줍니다." 현대자동차 측의 설명이다.


완성된 E-GMP 플랫폼에 디자인을 얹어 완성차가 출시된다. 결국 엔진개발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 대신 배터리와 모터의 조합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조합의 기술인 것이다.


최고의 성능과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일. 그리고 공기 역학과 안전을 생각하는 디자인과 바디 구조, 사용자 편의성 성을 어떻게 조합하는가가 중요한 성공의 첫 번째 열쇠가 되는 샘이다. 그만큼 스타트업들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양산 기술,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리비안은 가동 중단된 미쓰비시 공장을 2017년 인수해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했다. 연간 최대 생산 물량은 15만대로, 2023년까지 20만대로 증설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추가 공장 설립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도 신규 공장도 세울 예정이다.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대량생산(양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생산 물량을 보면, 지난 9월 12대, 지난달 기준 180대다. 연내 1,200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리비안 전기차 전용 플랫폼ⓒ리비안

소비자에게 인도된 물량은 156대로 대부분 리비안 직원이다. 내년부터 일반 소비자에 대한 인도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은 전기차 양산 궤도에 오른 테슬라도 초기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2003년 설립 이후 누적 생산량 10만 대 달성까지 12년이 걸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해 개발이 쉽다고는 하지만, 자동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신생 기업이 일정 수준의 수율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양산해내는 일은 개발과 별개로 상당한 난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리비안 상장 직후 “진짜 시험(true test)은 대량 생산과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라고 짚었다.


리비안도 양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리비안은 투자설명서에서 “충분한 품질의 자동차를 일정에 따라 개발·제조하는 능력은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설계상 허용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생산하거나 설계 변경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등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품 수급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그나마 상장된 리비안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사전 예약 물량을 기반으로 부품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하다. 

더욱이 지금 부품 공급사들도 대부분 완성차의 부품 공급사이기에, 이들도 완성차의 눈치를 봐야 하고.... 암튼 까다로운 일이다.


초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필자의 경우에도 에어백 개발을 하려 여러 차례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좌절을 맛봐야 했다. 우선 에어백 시스템을 공급하는 제조사와의 협상 자체가 되지를 않는다. 거기에 최종 튜닝 작업과 시험을 반복해야 하는 개발 일정, 그리고 비용도 최소 10억 원 이상 들어간다.


초기 개발보다 어려운 작업이 양산 작업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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