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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Jun 05. 2024

먹튀 큰딸

#작전을 바꿔가며 먹는 주스 한잔

추석 :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다이어트 중이지만 여전히 자기 전 다음날 먹을 아침밥을 계획합니다.



중학생이 된 큰딸 추석이는 4시~4시 반 사이에 학교 끝났다는 전화를 한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거는 전화? 그렇게 아름다운 전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적 없는 전화는 단 한통도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


"어 추석아 끝났니?"


"엄마 큰일 났어요. 오늘 운동장에서 모래바람을 많이 마셔서 목이 칼칼한데 물도 없고 괴로워요"


"얼른 학원 가서 물 마시던가 아님 음료수 한잔 사 먹어"


"그러니까 말이에요~ 딱 음료수 한잔이면 목도 축이고 기분도 좋아질 거 같아서 말인데요 엄마 음료수 한잔만 주문해 주시면 안 돼요? 돈은 집에 가서 드릴게요"


능숙하다~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냥 음료수가 먹고 싶은 것을 난 안다. 


"저번처럼 안 주면 용돈에서 제한다."


"에이~ 속고만 살았어요? 나를 한번 믿어봐요"




그다음 날도 4시~4시 반 사이에 정확히 추석이의 전화가 온다.


"이게 누구십니까~ 학교 끝나셨습니까?"


"어머니! 학교 끝났습니다."


"왜 또 시작이 어머니냐~ 뭔 말이하고 싶어서"


"어머니! 내일 영어발표회를 나가는 딸을 위해서 입에 닿기만 해도 달콤한 몽글몽글 복숭아 스무디를 선물해 주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혹자는 용돈을 주면 되지 않냐! 할 수 있다. 용돈은 빠짐없이 꼬박꼬박 준다.

혹자는 아이 음료수 한잔 사주는 게 어떠냐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잔이 아니다. 어제도 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 오늘의 컨셉은 모범생이구나"


"어머니~ 사랑하는 딸을 위해 기분좋~게 한잔? 크~~~"


추석이의 요즘 최애 음료!



가끔 '엄마 한번 안아줄래?'라고 말하면 추석이는 어깨만 쓱 다가올 뿐 엉덩이는 저 문밖까지 쭉 내밀고 있다.

어깨는 그나마 기분 좋을 때다. 어떨 때는 머리 측면만 들이민다... 편두통 있니?




덧붙이기] 

이런 추석이도 본인이 원하는 게 있을 땐 저렇게 능구렁이같이 언변을 구사한다.

그래~ 속마음 표현 못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게 시원하게 할 말 하면서 자라렴!!

그나저나 내 3,900원은 언제 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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