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짜릿한 기록
나름 학생 시절 문학소녀였지만 그건 정말 어릴 때 얘기지.
손에서 책을 놓은 지는 정말 까마득하다. 요즘은 취침용으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있는 첫 페이지에서 몇 년째 머물러 버린 책 한 권에도 먼지가 쌓여있는데..
그런 내가 글을 쓰겠답시고 3개월 전부터 밤마다 씨름을 하다가 결국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길이를 고려해서 나누다 보니 열몇 편 정도로 쪼개졌다. 마침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도 있는데 브런치북으로 연재를 해볼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도대체 누가 내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멜랑꼴리 한 글을 다음 화가 나올 때를 기다려가면서까지 읽어 주겠는가. 연재로 글을 발행한다는 건 내 주제에 웃기는 발상이고, 출판 프로젝트 응모라니.. 잠시이긴 했지만 너무 오만방자한 생각이다.
더군다나 브런치라는 곳은 실력 있는 작가들과 문학적인 통찰을 가진 구독자들이 만나는 ‘고차원적 나눔터’인 것 같은데..
2024년 8월 28일
27일, 28일 이틀에 걸쳐 순서에 맞게 두 편을 올렸다.
저장해 둔 글을 끄집어낸 게 다일뿐이다.
알림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하더니, 퇴근할 때쯤이 되자 조회 수가 부쩍 늘어있었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나.
포털에 게시가 되면 조회수가 많아진다고 하던데
제목만 보고 부모 간 스릴러나 내연녀를 족치는 과정의 액션 활극을 상상한 분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저녁 먹을 때쯤이 되자 조회 수가 10,000명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도착했다.
만 명?
2024년 8월 29일
나 같은 초심자의 글 치고는 많은 조회수와 라이킷을 받은 것 같아 전날 저녁 뿌듯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지만, 아침이 되자 다음, 그다음 글을 언제 올려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였다.
어그로만 끌고 내실이 없는 글로 비춰질까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가 이러면 끝도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잠깐. 내가 뭐라고 조회수에 연연하고 있는 거람.
헛웃음이 나왔다.
브런치 덕분에 ‘머릿속에 머물던 것들을 활자로 바꾸는 일’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3개월째 즐기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 되는 건데 생각이 선을 넘고 있었다.
어차피 다 만들어 놓은 채로 있는 글이잖아. 그냥 한 번에 엮어서 한 번에 끝내자.
2024년 9월 4일
언젠가부터 나의 출근길은 브런치스토리가 차지했다.
부족한 정신적 수양을 쌓겠다며 자기 계발이나 인문학을 찔끔거리던 것이 시작이었는데
이틀 전 브런치북을 완성하고 난 뒤부터는 에세이에 더 눈길이 간다.
나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어디에도 꺼내놓지 못하던 오랜 기간 땅속에 묻힌 장독대의 뚜껑을 열고 한 번에 퍼주듯이 남에게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매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오늘은 또 어느 작가님의 일상을 관음 해볼까 입맛을 다시며 [요즘 뜨는 브런치북] 리스트를 보던 중
아찔했다.
소 뒷걸음질에 개구리가 잡힌 격이겠지만,
내일이면 훌러덩 뒤집히듯 바뀌어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될 그저 그런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를 이뤄낸 것 같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긴 처음인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에는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나, 브런치 잘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