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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색 두루미

by 글바트로스


강물 한가운데

부러진 말뚝 위에 앉아

사막 은수자 수도승처럼,

말없이 떠나가는 강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긴 회색 두루미.


오래전부터

작은 마음에 깊은 줄금 그어대는

쉼 없이 흔들리는 가시나무 인연,

아침 강물 물무늬 위로

얼룩진 얼굴 떠올라,

바람결에 흔들리며 다가온다.


해마다

피어나는 계절꽃인양

그리움 애달픔 기다림 서글픔,

마음 틈새마다

가시꽃처럼 피어나 서로 부대낀다.


인적 없는 새벽 강변,

기우제처럼 올리는 오직 한 가지 청원,

희로애락 정든 땅에 두고

영혼 본향 하늘너머로 떠나가는 날,

회색 두루미처럼 날아오르게 하소서.


회색 두루미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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