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에서 책 읽는 느낌을 주는 곳인 《책방초록고양이》에서 컵에 담긴 코코아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본다. 두 번째 스무 살을 살아가며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책방지기는 화순의 풍경을 하나하나 그림엽서에 그려가고 있다. 이곳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화순과의 인연으로는 고3 때 이사 와서 결혼 후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책방을 열게 된 계기로는 3개월 동안 다른 책방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때마침 화순군 상생협력상가 입주 공고 소식을 접하고 이곳에 열게 되었다고. 인터뷰는 지난 8일 책방에서 진행됐다.
책방초록고양이(대표 신보미)는 보물섬 같은 곳이라고 책방을 소개했다. 김춘수 시인의 시 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를 읽고 문득 좋아하는 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고. “나는 초록을, 고양이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명명하고 있다.”라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더하는 중이라고 했다.
책방지기의 일상으로는 책을 같은 형태로만 진열하면 자칫 틀어질 수 있어 먼지를 털면서 책방을 가꾼다고. 어떤 재미있는 책들이 있는지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이면 찾아서 주문한다고 했다. 화·목·토요일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7시 반, 수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열고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라고.
무인 책방과 천원 책, 재활용 종이공예를 특색프로그램으로 꼽았다. 무인 책방은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되었다면서 “독서 모임 하기 적합한 장소예요.”라고 했다. 이어 천원 책은 중고 책을 천 원에 판매해 기부금으로 사용하려 한다면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려는 마음을 전했다.
책방초록고양이는 따로 또 같이 함께 꾸며가는 책방으로 ‘주겸야독’은 원래 책방에서 열리는 심야 책방 까망고양이, 술 한잔하면서 책 읽는 빨강고양이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이를 화순군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주최해 청춘들락 앞 공간에 모여 서로 다른 책을 같은 장소에서 읽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되어 성과발표회를 앞두고 있다고. 간간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로 운치를 더했다면서 지역 점포와 상생을 위해 세계 맥주를 취급하는 ‘고려맥주’와 함께하게 된 사연까지 들려주었다.
“저희 책방에 오면 화순의 의미 있는 장소가 담긴 그림엽서를 만날 수 있어요. 자칫 잊혀질 수 있는 장소나 지역 상가를 그려가고 있거든요.”라면서 그림엽서를 소개했다. 이번 제25회 운주문화축제를 앞두고는 운주사의 석탑이나 와불을 그리면서 준비했다고.
지역축제나 행사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판매자로서 참여하는 행사마다 느낌을 맞추려고 축제마다 기획에 신경을 쓴다고. 지금까지 판매자로 다녀온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지난 10월에 열린 ‘목포 골목길 문학축제’를 꼽았다.
우리나라 유통구조와 책방지기로서 애로사항은 ‘도서정가제’와 ‘지역 서점 인증제’를 꼽았다. 원래 책 가격은 도서정가제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분법적으로 가격이 둘로 나누어진 상황이라고. 가격이 할인되는 대형서점과 할인되지 않는 동네 책방으로 나뉜다고 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10% 가격할인에 간접 할인을 5%까지, 최대 15%의 할인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라면서 대형서점이나 책방의 도서공급률이 달라 이윤을 남기기까지는 꽤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까운 광주 남구에서는 스탬프투어나 바로대출서비스가 진행되어 도서관에서 대출하기 힘든 도서를 서점이나 동네책방에서 바로 신청해서 볼 수 있다면서 “화순에는 아직 바로대출서비스가 시행되지 않고 있으니, 이에 관한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동네책방과 도서관과의 원활한 연계사업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문화지원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한강 작가의 책을 판매하다 보니,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은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작가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상을 받았다고 알려드리면서 “글자가 작아 독서가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큰 글자 책을 읽어드리고 같이 읽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라고 했다.